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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6-15 1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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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치료'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른 가수 김도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껌, 화장지, 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CM(광고음악)을 히트시키기도 한 그는 오늘도 아픈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무대에 선다. '노래 부르는 게 무슨 치료야'라며 그에게 반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음악은 익히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그런 말이 틀린 셈은 아니다.
 
가수로 작곡가로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해온 '노래의사' 김도향이 16일 오후 7시 30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충청투데이 창간 19주년 기념음악회 '소리 愛 어울림' 공연으로 세상의 모든 소리가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무대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김도향을 인터뷰했다.
 
'이상하게 꼬였네 OO바 비비 꼬였네 들쑥날쑥해 사과맛 딸기맛 좋아좋아'

'CM의 황제'라고 불릴 만큼 그가 작곡한 광고음악은 대중가요 못지 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창작이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것과 같아요. 타기 전까지는 두려운 존재지만 막상 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창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재능이 있다고 하기보다 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용기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김도향 그는 최근 개봉된 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거꾸로 나이를 먹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60세가 넘는 나이에 가수재기에 성공, 아들 손자뻘 되는 동료가수들과 한 무대에 선다. 자신의 노래로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젊은이들의 노래를 불러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대중과 소통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어떤 음악이건 대중이 외면하면 의미가 없어요. 대중 속에서 대중과 호흡할 때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입니다."

김도향은 지난 1970년 데뷔했다. 제대하자마자 방송국을 찾은 그는 운 좋게도 곧바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다. 그의 출연을 지켜본 이들 중에는 군 복무를 함께 했던 친구도 있었다. 그의 출연을 지켜본 군대친구는 무작정 상경, 김도향을 찾았고 두 사람은 '투 코리안스'라는 두엣을 결성해 마침내 운명적인 날을 맞이하게 된다. 1970년 9월 1일 오후 8시. 두 사람의 모습은 당시 동양TV에 생방송된다. 생방송 이후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그 이튿날 난리가 났어요. 방송 이후 그야말로 몇 년을 정신없이 다녔던 것 같아요. 그 때 바로 스타가 되면서 팔자에 없는 가수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는 활발했던 방송활동을 돌연 중단한다. CM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노
래를 부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수=딴따라’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작곡자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CM 한 두 편이 큰 히트를 치면서 제작을 요청하는 주문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작곡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제작했던 모제과의 껌 등 CM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기억되고 있다.

수없이 밀려드는 일에 묻혀 살기를 수 년. 바쁜 주변환경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다가온다. ‘내가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그때부터 소위 '도(道)'를 닦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자기 성찰을 위한 명상을 시작한 것이다.

"40년이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중간 중간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CM송 만든다고 한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었고, 잠시 도를 닦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지난 2002년 가수로 복귀했으니까 가수활동경력으로만 보면 신인이나 마찬가지죠. 다만 중간 중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며 무대에 설 수 있었고 태교음악도 발표하면서 잊혀 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가수로 재기하기까지는 몇 가지 큰일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노래를 다시 부르기로 결심한 데에는 지난 2001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제주도 위문공연을 기획했던 지인이 누가 갑자기 펑크를 냈다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어느 양로원 위문공연이었는데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어 김도향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노인은 십년 넘게 말을 하지 못한 치매노인이었어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노래가 사람을 치료할 수도 있구나' 그때 부터 가수는 '딴따라'라는 생각을 버렸어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진 것입니다."

노래치료에 대해 김도향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주 간단한 원리입니다. 아이들이 오줌을 쌀 때 쉬~라고 하면 잘 싸죠. 또 아픈 곳이 있을 때 호~라고 하면 덜 아프죠. 그와 같은 원리입니다. 어떤 소리를 대하느냐에 따라 상처가 치료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오늘도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치료한다. 될 듯 될 듯 잘 안 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드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그의 무대가 무척 편안한 것도 자신만의 특별한 매력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은 아닐까. 무대에서 그가 선사할 '노래치료'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김도향과의 일문일답.

-건강한 자기관리의 비결은.
 "관리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저 매일 10km로 걷고 노래연습을 열심히 해요. 젊은 시절 술 담배 안 한 것이 지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모자를 항상 쓰고 수염을 기른다.
 "젊어서부터 광고음악을 만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많이 빠졌어요. 가발 쓰기 싫어서 모자를 씁니다. 수염은 39세 때부터 길렀어요. 폼 잡으려고 기른 것은 아니고 피부가 약해 면도를 하면 두드러기 같은 것이 나니까 기른 것입니다. 한때 전국 돌아다니며 도사들을 만나는데 제일 부러워하는 것은 수염이었어요. 도사들이 수염을 보고 진짜 도사 같다고 그러더군요. 허허허."
 -뒷바라지를 해주는 이는 누구.
 "아무래도 아내죠. 오늘도 '기자 인터뷰 합니다' 말했더니 이렇게 코디해줬습니다. 40년 넘게 살아온 친구 같은 아내입니다.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죠. 늘 고마워요."
 -노래치료에 대해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노래로 치료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 같은 데선 조심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원리는 아주 간단합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쉬~하면 오줌이 잘 나오고 호~ 하면 덜 아픈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팬클럽이 없는 이유는.
 "조용필, 이승철, 이승환처럼 히트곡 많고 해야 팬클럽이 있는데 저는 아직도 신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광고음악 만들고 명상하느라 중간 중간 공백이 컸어요. 그 때문인지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있지만 결속까지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연령층도 다양한데다 주로 잘 나서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충청투데이에서 팬클럽 만들어주시면 열심히 해볼게요."
 -가수로 활동하지 않을 때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매순간을 열심히 살려고 했습니다. 한창 CM에 빠져있을 때는 자면서도 만들 정도로 집중했어요. 도를 닥을 때는 도만 닦았어요. 사람들은 그런 저의 모습에 대해 많이 변했다고들 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음악만 했어요.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입니다."
 -대전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전을 비롯한 충청도는 제 고향이나 다름없어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할아버지는 천안 옆에 대동이라는 곳에서 사셨어요. 그곳이 다 김 씨 집성촌이었습니다. 거기 가면 항렬이 높아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소리 들으며 자랐던 곳입니다. 그런 고향에서 뜻 깊은 공연을 하게 돼 기쁩니다."
 글=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사진=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동영상=허만진 영상기자 hmj1985@cctoday.co.kr
 
※가수 김도향은?
▶1945년 서울 출생 ▶경기고·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1970년 투 코리안스 데뷔 ▶서울오디오
대표 ▶경인방송(iTV) 김도향의 굿 나잇쇼 진행 ▶클리오 음악상 4회 수상, 한국광고공사 공로상, 노랫말 국악부문 수상, 한국광고주대상 공로상 ▶수필집 짦은 노래 긴 얘기, 항문을 조입시다, 명상태교책 마음으로 만나는 태교, 국민여러분 조입시다 출간 ▶뮤지컬 햄릿 폴로니우스역(2007) ▶대표곡: 벽오동 심은 뜻은, 언덕에 올라, 바보처럼 살았군요, 여보게 저승갈 때 무얼 가지고 가나, 사랑의 세월, 매화꽃 가지위에 걸린 둥근달
등록자 : 충투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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