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의 제왕적 특별사면권을 폐지하라!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포착되었다. 메시지에는 국민의힘 전직 의원들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명단이 담겨 있었다.
광복절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오가는 이러한 사면 청탁은 매우 부적절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행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조국혁신당 전 대표 조국에 대한 사면설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런데 자당 출신 정치인들의 사면·복권은 요청하면서, 타당 정치인의 사면은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명백한 내로남불이며, 정략적 사면 시도에 다름 아니다. 헌법은 입법 및 사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부당한 형사판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일제강점기와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며 형성된 입법·사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의 사면권은 주로 제한적으로 행사되어 왔다.
특히 유신독재와 군사쿠데타로 인해 발생한 시국사범에 대한 사면은, 과거사 회복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일정 부분 정당성을 부여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등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들이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사면되고, 이후 대통령의 측근, 친인척, 재벌 총수들이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면권은 점차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전락했다. 사면권 남용에 대한 우려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사면권이 특권층 중심으로 행사됨으로써 사회적 불공정성을 심화시키고, 법원의 판단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뒤집는 결과를 낳는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민주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 수립 77년, 민주화 38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입법·사법·행정이 제도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제도이며,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아래 정치권의 흥정과 거래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내일(8월 7일),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법의 정신에 따라 민생 사범 위주의 사면 심사에 집중하고, 특권층을 위한 정치적 특별사면 시도는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 아울러,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도 착수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국회에 대통령의 제왕적 특별사면권 폐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5년 8월 6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