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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02 22:10:11
  • 수정 2022-02-04 23: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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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에 대하여


정치체제로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기둥에 의해서 지탱된다. 이 두 기둥 중 평등은 법 앞에서의 평등을 말하지만, 이 법 앞에서의 평등만으로는 사회적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차별의 문제 곧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특히 자본주의가 진전되면서 나타난 사회적 불평등 곧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사회문제와 그것이 부르는 사회적 비용의 크기 또한 만만하지가 않다. 이런 점에서 나는 사회적 불평등의 탄생과 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1, 2편으로 나눠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사회적 불평등의 탄생


 나는 지금 「A Twosome Place」라는 (우리사회로서는) 가장 현대적인 공간에 앉아 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사회에는 없던 공간이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공간(‘다방’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었다.)마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공간과 내가 있는 이 공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다방은 지하에 위치했고, 그 내부의 좌석이 고정되어 있었다. 이에 비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은 그 대부분이 상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에 위치했고 그 내부의 테이블 및 의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재배치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다방이라는 공간보다 더 자유로운 감을 준다. 이런 점에서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현대적이다. 이 현대적 공간의 등장으로 다방이라는 그 공간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 현대적 공간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현재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할 것이다.

 

 공간의 이 같은 변화는 시민들 삶의 양태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동안 이 같은 변화를 서구화라는 말로 대변해왔다. 실제로 100년 전 서구시민사회의 삶의 모습이나 현재 우리사회 삶의 모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소위 현대화로 대변되는 자유화 내지는 민주화의 시기가 우리에게는 그만큼 늦은 셈이다. 거기에는 생산양식을 포함한 건축양식, 사상, 문화 등 사회적 배경의 차이가 있다. 이렇듯 서구사회 생활문화 양태와 우리의 생활문화양태 사이에 100년이라는 시차가 있다.

 

 아무튼 현대사회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혜로운 사회’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한다. 합리적 사회라는 표현 또한 현대사회의 특징을 잘 묘사하는 표현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사회 내부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행동은 충분히 지혜롭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즉, 현대사회 속의 우리 대부분이 이기주의적인 경향을 강하게 띈다. 이 같은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적 불평등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을 발로 시키는 요인이 따로 있다. 바로 사회제도다. 인간의 이기심과 함께 사회제도의 비민주적 경향이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한편 거대 인구를 지닌 중국이나 인도 역시 이미 과거 어두운 역사에서 뒤늦게 탈출했지만 현대화 속도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 빨리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그들 국가의 문화 역시 이미 서구화의 큰 길에 들어섰고, 일부 계층은 생활문화 면에서 이미 서구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이면 그들의 손에도 이미 햄버거와 커피 한잔이 들여 있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이 그들 사회에도 꼭 같이 존재한다. 이렇듯 그들 역시 이미 진전된 현대 속에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은 이미 현대와 차별화된 새로운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를 포함한 세계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출발선 상에 서 있다. 그 기반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회를 열 기술혁명 수준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새로운 사회의 등장을 이들 국가를 포함한 세계가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누가 먼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까.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진전되어 산업생산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면, 노동의 형태나 성격 또한 변화되는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혁명적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다. 과거의 경험칙에 의하면, 이 때 수반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생활양태의 변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회변화와 함께 사회적 불평등 정도가 현재보다 오히려 더 크게 확대되리라는 것이다. 


생산기술의 혁명적 변화가 나타날 때 마다 사회적 불평등의 정도 또한 크게 확대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수렵과 채취에 이어 농경사회의 등장으로 인류의 정착 생활이 본격화 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개인주의에 기초한 소유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가족 혹은 부족단위의 생활을 하면서 공동생산과 공동소비를 했다. 하지만 16세기 이후 자연과학의 등장과 함께 과학기술 발전이 속도를 내면서 인류는 혁명적인 사회 곧 산업 혁명기를 맞는다.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초래한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들 중의 하나가 바로 개인주의와 함께 소유의 개념을 정립한 사실이다. 소유의 개념 정립은 (훗날 붙여졌지만)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다고 보면 된다.

 

 한편 시장은 그 이전에 이미 등장했지만, 화폐를 매개로 하는 상품 시장이 본격 등장한 것 역시 산업혁명기라고 할 것이다.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대량생산된 상품이 교역을 통해서 혹은 특정 지역에 형성된 시장에서 본격 거래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라고 지칭하는 것도 앞서 지적한 이유 때문이다.

 

 한편 봉건주의를 떠받힌 대가족 제도가 해체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또한 산업혁명의 결과다. 이는 자본주의가 인류사에 등장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자본주의가 정립되면서 개인주의의 등장과 함께 소유의 개념 또한 확립되었다. 


이는 사회적 차이에 의한 차별 곧 불평등의 개념 또한 이 시기에 확립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그게 상당한 기간 동안 큰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던 데는 생산의 혁명적 변화가 인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시킨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18세기 들어 본격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그 사회적 차이와 차별을 시정하려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그 같은 시민운동의 결과 인류사에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미국의 독립운동을 우리는 그 같은 변화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은 상당히 자유롭다. 이곳에 있는 그 사실만으로는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서 파는 상품을 사기 위해 상품진열대 앞으로 다가서는 순간 또 다른 주문자와 나 사이에 차별이 나타난다. 


나는 고작해야 가장 낮은 가격의 레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지만, 또 다른 주문자는 라지 사이즈의 아메리카노와 그것의 맛을 돋우는 치즈케익 한 조각까지 더해 주문을 한다. 물론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나는 또 다른 주문자처럼 주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내 지갑에는 그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한잔만 살 수 있는 돈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문자와 나 사이에는 일면식조차도 없다. 하지만 사회라는 이 공간 안에서 그는 더 많은 양과 더 높은 가격의 상품을 살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나는 그 보다 한창 가격이 낮은 적은 양의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렇듯 공간을 누릴 자유는 제한 받지 않지만, 그 공간에서 팔고 있는 상품 구매 권리의 경우 제약을 받는다. 이 제약이 사회적 차별이며, 사회적 불평등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차별 곧 사회적 불평등 현상이 왜 나타나는가. 다시 말해서 내 지갑에는 레귤러 아메리카노 한잔만을 살 수 있는 돈 밖에 없는데, 나와 다른 구매자의 지갑에는 왜 라지 사이즈 아메리카노에 부드러운 치즈케익 한 조각까지 살 수 있는 돈이 들어있는가라는 점이다.

 

 그 이유를 두 가지 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나와 그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 다름 탓에 그와 나의 지갑에는 각기 상품을 살 수 있는 다른 양의 돈이 들어있다. 다른 하나는 그와 나의 다름 곧 차이를 이 사회가 만든다는 사실이다. 


즉, 사회구조가 나와 그의 지갑에 각기 다른 양의 돈이 들어가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평등 발생의 두 가지 원인이 각기 독립적 기능을 하면서도 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차별 곧 불평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각종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무차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사회불안이 조성되고, 급기야 그것을 해소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이 사회적 불평등을 우리는 해소해야 하며, 또 다른 측면에서 소위 ‘인권’적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완화되거나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2. 사회적 불평등,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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