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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5-15 22: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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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꽁뜨> 동수의 봄날, "새싹 기술자"

여우비가 새로운 봄날을 몰아오고 있다는 것을 동수는, 어젯밤 직감했습니다. 아직 공기 중의 냉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 여우비 탓에 밤 사이 공기가 무척 순해졌습니다. 공기의 순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떤 동수가 작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거실 창을 비집고 봄 햇살이 고개를 드밉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동수의 몸에 앉습니다. 봄날의 햇살이 앉은 동수의 몸에 새로운 기운으로 뻐칩니다.

야호! 야호!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동수는 기꺼이 참았습니다. 혹 어젯밤 늦은 일로 깊은 새벽잠을 즐기는 아파트 주민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동수가 잠에서 깬 것을 안 엄마가 동수 곁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리고는 동수를 향해 나즈막하 말합니다.

동수, 잘 잤어. 봄날의 햇살이 동수처럼 곱구나.”

동수 역시 엄마의 말을 다정히 받습니다.

그래요, 엄마, 정말 제가 저 붉은 아침 햇살처럼 고와요. 엄마의 아들이어서 그런 것이지요.”

(두 사람 간의 대화는 한 동안 더 이어집니다.)

(엄마)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야, 동수야. 너는 정말 저 햇살보다도 더 아름다운 사내야. 그리고 이내 멋진 청년으로 자랄 거야. 내 눈에는 너의 멋진 청년기의 모습이 이미 보이는 걸.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 한 눈. 여성이면 누구나 청년기 너의 모습에 반해버리고 말거야.”

(동수) “그리 보아 주시니 고마워요, 엄마. 혹 엄마가 봄날의 햇살에 취해 하는 말은 아니지요.”

(엄마) “그럼, 내 아들 동수가 얼마나 멋진데. 너는 정말 멋져. 정말 멋지단 말이야.”

엄마의 넋살끼 멘트에 동수는 보라는 듯 한 껏 기를 세웁니다. 그리고는 엄마의 눈을 향해 동수는 봄날의 햇살 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연이어 날렸다. “찡끗찡끗”. “찡끗찡끗”. 동수의 미소를 연이어 받아 상기된 엄마의 얼굴을 대하며, 동수는 아파트 현관을 향했습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선 동수가 몸을 말듯 쪼그려 앉은 앞 작은 화단의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 지난 해 늦 가을에 미쳐 걷지 못한 칸나 몇 뿌리가 용케도 겨울 혹한을 견딘 채 여린 새싹을 내밀었습니다. 숨 죽여 가만이 새겨 지켜보면 볼수록 대지의 벽을 뚫고 푸른 고개를 내민 칸나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동수는 조용히 손을 내밀어 어린 칸나의 푸른 새싹을 만집니다. 그게 손에 닿자 마자 새싹의 약동하는 기운이 동수의 팔을 타고 오릅니다. 곧 동수의 팔에서도 각종 움들이 틀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그 움들이 자라 온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만들 것입니다.

이제 머지 않아 어린 칸나도 동수보다 훨씬 큰 키로 자라 세상을 굽어봅니다. 그리고 붉은 꽃을 피워 대지를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동수는 지난 여름에 칸나 씨 몇 알을 받아 아버지가 예에 쓰시던, 거실 한 모퉁이에 놓여 있는 앉은 뱅이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봄날이 열리길 고대하며, 긴 날을 기다렸습니다.

문득 그 생각이 일자 동수는 얼른 일어서서 집을 향해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언제나 침묵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날만은 그 엘리베이터 안에 봄날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 봄날의 선한 공기가 그 엘리베이터 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좋다.” 동수는 큰 숨으로 엘리베이터 속 봄날의 순한 공기를 한 껏 들어마셨습니다. 그런데도 동수의 속은 외려 답답했습니다. 느리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트 때문입니다. 동수는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칸나씨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칸나씨에게 봄날의 볕과 젖은 대지를 빨리 선물해야 합니다. 칸나 씨가 봄날의 햇살과 대지가 그리워 밤잠조차 설쳤을 것을 생각하니 동수의 마음이 더 조급해졌습니다.

동수는 엘리베이터가 멈 추기가 무섭게 날듯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마음 급한 동수는 책상 서랍을 휘젓듯 뒤졌습니다. 그런데도 칸나씨는 아예 보이질 않았습니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칸나씨가 어디 갔을까.” 동수의 얼굴이 찡그러졌습니다. 동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자칫 동수가 눈의 그렁한 눈물을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그런 동수의 모습을 한 동안 말 없이 지켜보던 엄마가 그제서야 동수에게 말을 건냅니다.

모자 사이에 또 다시 다정한 말이 오갑니다.

동수, 뭘 찾아.”

여기 서랍에 있던 칸나씨 못봤어요.”

못 보긴, 엄마가 며칠 전에 꺼내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이미 심어놓았는 걸.”

왜 내게 미리 말을 안했어요

말 했으면, 네가 심으려고

네가 심었으면, 엄마의 일이 두배로 늘었을 거야. 안그래

물은 주었어요.”

그 날 이후 줄곧 베란다 창문을 그래서 열어두었잖아.”

어디 가봐요.”

그래, 가 보렴.”

! 정말이네.”

그럼 엄마가 거짓을 말할 줄 알았어.”

그건 아니지만요

며칠만 참아. 화단의 칸나처럼 곧 새싹이 고개를 내밀거야.”

기대되요, 엄마. 봄은 정말 위대한 힘을 가졌어요.”

그렇구 말구, 봄날의 햇살은 정말 위대하단다. 칸나씨가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새싹을 내도록하는 그 큰 힘을 가진 것이 바로 봄날의 비와 햇살이란다. 물론 따뜻한 대지의 흙도 그 역할을 하지.”

알았어요. 흙과 비와 햇볕이 칸나의 새싹을 틔우는 군요.”

우리 동수, 참 똑똑하네. 어떻게 단번에 그리 알아들어. 동수야! 너는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할거야.”

뭘 물어, 나는 식물학자가 될 거야. 그래서 세상의 모든 식물들이 어떻게 나서 생장하고, 또 소멸하는지를 연구해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발표할 거야.”

좋은 꿈을 키우네, 우리 동수.”

동수는 말 없이 칸나씨를 품은 화분을 어루만집니다.

그 화분 속 칸나씨가 동수에게 말을 건냅니다.

곧 바깥으로 나아갈테니, 며칠만 기다려.”.

그 소리에 동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띄었습니다. 곧 이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도 칸나가 곧 새싹을 틔울 것이라는 생각이 동수의 얼굴에 미소를 띄도록 했습니다.

그것을 지켜 본 엄마가 동수에게 다시 말을 붙입니다.

화분의 칸나 씨가 뭐라고 말하던

, 며칠만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래, 엄마 말이 맞지.”

그래요

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엄마가 뒤로 걸음을 물립니다. 동수는 이내 아파트 베란다를 나서 현관을 향합니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 이미 얼굴을 내민 칸나 새싹이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는 칸나 새싹에게 물을 말들을 하나둘 떠올렸습니다.

동수는 먼저 칸나 새싹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물을 작정입니다. 다음으로 행복하냐고, 그리고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그 때를 물으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슬픈 때는 언제이고, 왜 냐고 물을 작정입니다.

동수를 실은 엘리베이터가 그 새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동수는 몸을 구르듯 하여, 엘리베이터를 나섭니다. 선한 바람이 동수의 콧구멍과 입 속으로 한 껏 빨려들었습니다. 속까지 시원해져 동수의 기분이 한 껏 더 좋아졌습니다. 급한 마음에 성큼 발을 내딛자 동수의 발 밑에 까칠한 그 무엇이 밟혔습니다. 동수는 얼른 발을 들고, 밟힌 것이 무엇인지 살폈습니다. 동수 바로 앞에 서 있는 큰 키의 목련이 꽃 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겨우 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 곳에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목련의 외투가 여러 개나 흩어져 있습니다. 진작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동수는 못내 미안한 마음에 얼굴까지 불그레해졌습니다. 동수는 그 목련의 겨울 외투 하나를 집어들었습니다. 눈에 보인 목련의 겨울외투는 분명 까칠해 봉ㅆ습니다. 그런데 손에 집힌 그 목련의 겨울외투는 매끈했습니다. 동수는 자신의 눈과 손을 의심했습니다.

그제서야 동수가 목련에게 말을 붙입니다.

“(목련을 향해) 진작 너를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너도 봄날의 여린 비와 따스한 햇살을 받아 이미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렇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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