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벌초(伐草) 시즌 구담(龜潭) 정 기 보
가족함께 벌초 가는 길
산새소리 마저 숙연(肅然)해 지는
이른 가을 날
파란 하늘 새털구름 아래
산짐승들이 노니는 숲속
산중 열매가 앙상한 가지에 매달렸다.
우거진 수풀을 산뜻하게
깎고 또 깎고
활짝 핀 꽃으로 곱게 단장했다.
묘 터는 인간의 집이었다.
한해 한 두 차래
집 단정하듯이
인간사(人間事)의 아름다운 도리(道理)가 있는 걸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 좋다.
모든 생명은 집이 있어야 했고
언젠가 그 흔적이 살아질 때 까지
이 세상의 이치를 느끼며
가족과 함께하는
벌초 하는 날
마음을 다스리며
인생살이 각오(覺悟)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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