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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9-05 15: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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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방위원회소속 한기호의원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다녀왔다. 軍人性교육에 관한 토론회였는 데, 그 토론장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써 있던 문구가 `군대 갔다 와야 사람된다`였다. 올해들어 인성교육이 큰 화두이다. 최근에 군 부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들로 인해 군에서도 국군 장병들을 상대로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진 것이다.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빈말이 아닌 것이, 우리는 가족과 학교생활이 主였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군대를 갔다온 후 어딘가 듬직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바뀌어져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이와 같은 일은 여자도 겪는 데, 여자는 주로 출산을 기점으로해서 처녀시절과 어머니가 된 이후로 나뉘어지며, 마치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변화가 생긴다.

`분명 동일한 사람이지만 새로이 태어난 듯한 변화를 겪어 그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 환골탈태이다. 그리고 이것을 나타내는 漢字를 고르라면, 그것은 바로 `革`이다. 혁신 또는 혁명이라는 말은 이와 같은 의미를 잘 나타내 준다.

남자가 군대에 갔다오면 왜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병영생활을 하면 훈련이나 수많은 사건등을 체험하게 되는 데, 그것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서 정신적으로는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얻게 되고, 육체적으로는 `단련된 체력`을 얻게된다.

그러나 세상사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그 깨달음이라는 것이 대개는 긍정적이고 유익한 것이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해롭고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자면 군대에 갔다와서 그 이전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수의 몇몇은 군대에 갔다 온 이후로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소수의 예외는 무시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므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패널들끼리의 토론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에, 패널들이 방청객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방청객중 한 사람이 손을 들더니 ``요즘의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경쟁때문에 인성이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그런 주장은 좌파사람들이 많이 하는 소리인 데, 우파 그것도 우파의 핵심이라는 軍관련 모임에 온 사람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치열한 입시경쟁이 한 개인의 人性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좌파사람들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 소리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하면 맞는 말이지만,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의 인성이 나빠진다`고 하면 그 말은 전혀 근거없는 틀린 말인 것이다.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이 힘든 이유는 `입시부담`때문인가 `경쟁`때문인가.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입시부담` 즉, 공부해야 할 양(수행해야 할 과업)때문이지 경쟁때문이 아니다.

경쟁때문에 힘든 경우는 딱 한가지이다. `내 옆에 있는 친구가 나보다 더 잘해서 배 아픈 것` ,다시말해서 `시기심으로부터 오는 괴로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괴로움은 `자신의 인격이 저급하기 때문에 오는 괴로움`이므로 스스로 그것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獸性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人性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힘들어하는 이유는 `경쟁`때문이 아니라, `入試부담` 다시말해 공부해야 할 양(수행해야 할 과업) 때문이다.

`군대에서 군인이 수행해야 할 훈련`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양`은 보통의 사람이 하기에는 매우 힘겨워하고 벅찰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군인이나 학생들이 해나가야 할 課業들은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천리행군을 하지 십리행군을 하지 않는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벅찰정도로 많은 양의 공부를 배우지 달랑 운전면허 문제집하나 정도만 배우지 않는다.

`물수능`과 `불수능`중에서 어느 것이 타당하냐의 교육철학적 질문에 대하여, 굳이 둘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그 답은 분명히 `불수능`일 것이다. 공산주의사상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전체 고등학생이 백 만명이라고 할 때 그 백 만명 모두가 대학가는 세상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 북한이나 소련, 중국,동유럽국가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불수능`을 택하는 이유가 반드시 `인적자원의 직업별 배분의 필요성`때문만은 아니다. 학생을 매우 높은 경지로 올려놓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비록 학생들이 그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학문적 목표를 최고점으로 설정해놓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교육인 것이다. 여기에서 불수능이란 `변별력이 있는 난이도 높은 문제를 출제하라`는 뜻이지 `교과과정에서 전혀 배우지 않은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은 학생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데, 그렇다면 과연 좌파사람들의 주장처럼 힘든 課業은 학생들의 인성에 악영향을 끼칠까. 잘 생각해보면 정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힘든 과업을 수행하다보면 사람은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경우가 많다. 좌파사람들의 주장처럼 힘든 일을 수행하는 것이 한 개인의 인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성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 준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최배달은 힘든 수련을 통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졌고, 군인들도 힘든 훈련과정을 견뎌내고 제대할 즈음에는 인격적으로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모해져 있다. 공부하는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힘들게 공부하다보면 인성도 자연히 훌륭해진다.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힘든 과정을 통과하면서 인격적으로 상당히 훌륭해진다.

좀더 詳述하면 실력을 얻기위한 노력, 높은 경지에 오른 것에 대한 자부심, 그런 자부심과 명예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지켜내려는 마음, 극기복례, 책임감, 성실등이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힘들게 겪은 과정을 지금 겪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심정을 아는 마음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에게 대하여 진심어린 경의를 표하는 태도도 생긴다.

좌파사람들은 치열한 입시경쟁때문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학생들의 인성이 나빠지고 그로 인해 학교폭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학생이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범죄로 나아가지 않는다.만약 그 논리가 맞다면 극도의 훈련을 받는 특전사에서는 거의 매일 인사사고가 터져나와야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입시스트레스때문에 인성이 나빠져서 주먹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들 말대로 입시 스트레스로 가득찬 어떤 학생이 다른 급우와 시비가 붙어서 주먹을 휘둘렀다고 하자.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다가 우발적으로 주먹이 나간 경우일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에는 주먹을 휘두른 자신의 행위를 후회할 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입시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내 공부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길게 싸우지 않고 금방 입시모드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타나는 학교폭력은 이와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학교폭력은 입시스트레스로 인해 우발적으로 어쩌다 한 번 주먹이 나간 경우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폭력은 지속적이고 고의적이며 가학적이다. 그리고 그런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는 학생들이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봐도 좌파사람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서 학생의 인성이 나빠지고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틀린 말인 것이다.

특전사 장병이나 공부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자연히 협력학습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높은 경지로 가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인데, 그 최고점에 도달하려면 나 혼자의 힘으로는 벅차고 동료나 친구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매우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그런 사람들은 도와달라고 하면 열이면 열 다 도와줄 사람들이다. 실제로 특전사나 해병대들은 훈련을 받다가 동료가 지쳐 힘들어하면 그의 군장을 덜어서 자기가 대신 메어주곤 한다. 전우애나 동료애는 대부분 같이 힘든 과정을 함께 할때 많이 생긴다. 힘든 과정을 동고동락할때 전우애과 협동심이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기업들은 해병대나 특전사출신들이 비록 공부 머리가 좀 딸린다 할지라도 힘든 훈련을 거치면서 형성되어진 훌륭한 人性을 높이 보고 채용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 북한에서 목함지뢰와 포격도발을 해왔을 때, 전역을 미루고 자리를 지켰던 장병들이 모두 취직되었다고 한다. 실로 기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된다는 말은 이러한 연유로 생긴 것이다. [월드뉴스 최성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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