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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9-15 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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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 불곡산(상봉 해발 470,7미터)
양주 불곡산(상봉 해발 470,7미터)

전설이란
상상과 현실의 공존세계다.
형체가 없는 상상이다.
형체가 있는 현실이다.
형체가 무형체속에 용해되었다.
그 절묘한 접점이 전설이 되어 살아난다.

무수한 전설을 만난다.
불곡산은 산의 크기보다 더 많은 전설을 품었다.
불곡산에서는 전설이 도망갈 수가 없다.
바위가 껍질이 되어 산을 통채로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름이 가볍다.
복주머니바위가 마중하고 있다.
색동을 칠하였더라면,
어여쁜 새색시 치맛자락에 매달아도 안성마춤일 것이다.
적선처럼 돌 하나를 올린다.
바람에 날려 떨어져도 의미가 될 것이다.
복주머니아래에 돌이 쌓이는 것이다.

악어바위가 우람하다.
실물의 악어가 바위를 타고 오르는 형세이다.
길목을 내주지 않을 태세다.
입을 벌리고서,
통과세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복주머니위에 선불로 올려놓은 돌이 통과세였다.
내려다보는 낭떠러지가 아찔하다.

코끼리바위이다.
전설의 주인공이다.
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겼다.
사람들이 배 한척에 의지하였다.
거친 풍랑이 일고 침몰이 눈앞에 예정되어 있었다.
코끼리바위에 밧줄로 배를 매달았다.
홍수가 자자들고 배는 온전했다.
노아의 방주는 불곡산을 배꼈었는가 보다.

코끼리바위 하나였다면,
노아의 방주를 말하지 못하리라.
오름길의 악어바위가 증거다.
420고지의 생쥐바위가 보충증거다.
상봉 아래의 물개바위가 명확한 증거다.
보루성 근처의 팽귄바위가 바다를 증거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불곡산이 노아의 방주의 원전(原典)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리라.

바위가 집합했다.
그 형체가 특이하다.
하강이 아니라 상승이다.
내려앉는 것이 아니라 끌어올리는 것이다.
큰 바위가 아래를 밭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바위가 아래의 작은 바위를 매달고 솟았다.
어쩌면 불곡산의 바위는 하늘을 꿈꾸었는가 보다.

복주머니바위가 제일 작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그렇다.
위의 악어바위가 그 보다 더 크고,
그 위의 코끼리바위가 또 그보다 더 크다.
코끼리바위 위의 육중한 공기돌바위이다.
어린 임꺽정이 그 바위로 공기놀이를 하면서 모남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임꺽정바위(해발 449,5미터)에 바람이 분다.
부드러운 평바위가 되었다.
바람결이 부드러움을 만들기 위해 영겁의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평바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영겁의 세월을 들려 주려는듯 바람결이 훅 지나간다.
귀에 손을 대고서 경청을 준비한다.
미력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것이란 그냥 바람소리일 뿐이다.

하늘로 솟으려는 바위의 꿈.
세상을 바꾸려는 임꺽정의 꿈.
불곡산이 그 꿈을 품고 있는 한 전설은 영원할 것이다.

봉우리가 상투를 틀고 있다.
상투봉(431.8미터)에 올라 허공을 응시한다.
뭉게구름 한 점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상투봉에 닿자 홀연히 사라진다.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때를 만나 다시 융성할 것이다.

상봉(470, 7미터)이다.
정상의 조망이 뱃고동같다.
망망대해로 출항하는 모양이다.
상봉의 기운이 은빛처럼 반짝거린다.
너무 화사하여 눈을 바로 뜰 수가 없다.
전설과 풍경이 합한 위력이다.
풍경은 소리가 되고,
소리는 빛이 되었다.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득한 시간을 연유한다.
유구함에 근접도 하기 전에,
참지 못하고서 눈을 뜬다.
보이는 풍광의 유혹에,
보이지 않는 전설을 떠올리기란 힘들다.
상봉(정상)에 서서,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마르지 않는 전설을 하염없이 추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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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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