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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2-02 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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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은해사-기기암-능선재-중앙암)

사무침이 멈췄다.

위로도 막혔다.

아래로도 막혔다.

사무침이 활로를 잃었다.

사무침이 응고가 되었다.

사무침은 천하의 바위가 되었다.


동이 튼다.

동이 트자,

바다가 요동친다.

바닷물이 붉은 태양에 빨려든다.

태양은 바다를 두고 홀로 떠난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산이 꿈틀거린다.

바람의 길을 따라 펼친 능선이다.

바람은 능선을 두고 홀로 분다.


능선에 빨려든다.

거대한 팔공산에 끌렸다.

옥석을 가려내려는 듯,

산길입구를 뒤덮은 낙엽이다.

낙엽이 위병처럼,

산능선의 출입을 감추고 있다.

뜻한 자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은해사 지나,

기기암을 향한다.

낙엽을 응시한다.

낙엽이 길을 열어준다.


큰 줄기의 물에,

작은 줄기의 물이 합수한다.

장강이 되는 까닭이다.

큰 줄기의 능선에서,

작은 줄기의 능선이 뿜어져 나온다.

펼친 능선이 되는 까닭이다.

물의 합수처럼,

작은 줄기의 산능선에 접어든다.


동이 텃으니,

낙엽은 햇살에 의탁하여 물기를 털었다.

바람이 한 줄기 부니,

낙엽은 정처없이 지상으로 낙하한다.

태양을 닯아 붉은 낙엽이 눈처럼 내려 홍설이 된다.

바다를 닮아 푸른 솔잎이 구름처럼 올라 청운이 된다.


새벽에 산은 이미 미명에서 깨어났다.

동이 훤히 트고도 인간은 아직 수면이다.

낙엽이 담요처럼 포근하게 쌓였다.

잠에서 깨지 않아 눕기만 한다면,

그 위로 이불처럼 낙엽이 내릴 것이다.

잠이 들고 싶도록 안온한 낙엽이다.

팔공산의 낙엽이 두꺼운 솜이불같다.


바람도 어찌하지 못한다.

낙엽은 뾰죽한 능선길에도 쌓였다.

그 능선에는 한겨울에 눈도 쌓이지 않는다.

낙엽이 너무나 포근하여 눈도 녹이는 모양이다.

차가움도 어찌하지 못한다.

소나무의 푸름이 하늘에 진하다.

땅위의 낙엽의 진한 두께만큼이나,

창공에 가지를 펼친 푸른 소나무이다.


걸음을 멈춘다.

기기암 뒷산의 바위때문이다.

고압전류에 감전된 듯,

걸음을 뗄 수가 없다.

기기암의 요사채에 앉으면,

그 바위가 불상처럼 보일 것이다.

산에서 정하는 것이란,

무의미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가 보다.

산에서 정하는 것이란,

그 모든 것이 유의미한 것이다.


산의 조화이다.

바위로도 족하다.

거기에다 소나무를 더한다.

산은 천하의 절경이 된다.

바위는 미동도 할 수 없으니,

소나무를 통하여 세상에 말을 거는 것이다.

바위의 평면이 있고,

그 앞에 소나무가 서 있다면,

사람은 털썩 주저앉을 것이다.

여장을 풀고 휴식하는 것이다.

바위에 앉아 소나무에 눈을 맞춘다.

소나무를 통하여 바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바위와 소나무가 소통하는 증거이다.


어디인들 절경이 아닌 곳이 있으련만,

바위와 소나무덕에 절경인 팔공산이다.

바위와 소나무의 소통에 귀 기울인다.

귀에 손을 대자 눈이 다정하여 진다.

다정한 눈을 들어 저 너머의 공제선을 올려다본다.

오른편의 능선재를 넌지시 바라다본다.

왼편 끝자락의 갓바위가 출항하는 배같다.

출항을 준비하는 선원처럼 그 능선길에 사람들이 바쁘다.


어디인들 명당이 아닌 곳이 있으련만,

너무나 사무쳐 솟은 바위들이다.

막대바위 세 개가 하늘의 도장인 듯,

세상이 개벽할 때에 날인을 하고서 세워 두었다.

세상의 개벽이 아직도 유효한 까닭은 그 도장덕이다.

그 첫 날인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 막대바위가 삼인암(三印岩)이다.

그 아래에 햇살을 쬐고 있는 중앙암이다.

팔공산의 기운이 다 모인 곳이라 한다.

위로도 아래도로 더는 펼칠 곳이 없는 사무침이었다.

사무침이 정수처럼 녹아있다면 그곳은 이미 명당인 것이다.

언젠가 삼인암의 도장이 다시 소용되는 날,

중앙암에 멈춘 사무침이 그 갖힘을 풀고서 세상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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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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