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9-09-03 09:34:30
기사수정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이 투표 참여율의 저조로 무위로 끝났다.

저조한 투표 참여가 '투표 불참' 호소라는 투표권 불행사 선거운동에 의했든, 의혹이 일었던 몇 몇 관권선거에 의했든, 아니면 주민소환 활동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과 그에 대한 불신에 의했든 - 그에 대하여는 사회학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 이번 주민소환 사건은 실패한 투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혹자는 투표율이 너무 높다고 한다.
혹자는 소환투표 운동이 너무 엄격하게 제한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소환은 곧 선거에 의한 직무정지와 공직박탈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무런 소환사유도 없이, 단순히 독선과 주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행정집행을 이유로 주민으로부터 소환을 당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는 현행 주민소환법의 결정적 위헌 사유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주민소환법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헌재의 합헌 결정은 비록 현행법이 문제는 있지만, 위헌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는 판단일 뿐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이 현행 주민소환법을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제 있는 주민소환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개정법이 위헌이라면 헌재는 그에 대해 위헌 여부를 또 다시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오랜 지방자치의 경험을 가진 "현재의" 서구 선진 제국(諸國)에 비할 수준이 못된다. 그것은 아직 우리에게 하나의 '모델'일 뿐 그 제도가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우리에게 맞는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하남시장 사건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사건도, 그리고 시도하다가 그친 수많은 주민소환 운동 사례도, 이제는 제대로 된 주민소환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무조건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합당한 주민소환제가 어떠해야 하는지 진정으로 고민해야만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에게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도 합리적인 양보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주민소환법은 우리 현실을 반영하여 다시 개정되어야 한다.

** 아래에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신봉기 교수가 최근, (사)지방행정연구소의 '지방행정' '9월호에 게재한 내용을 올리니 참고바랍니다.

-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소환사례를 보며 -

Ⅰ. 서언

얼마 전 하남시장이 직무정지를 당했다가 투표자 수 미달로 간신히 되살아나더니, 이번에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0%인 소환서명요건이 충족되어 소환투표를 당하게 되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도의회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MOU를 체결하였고 주민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그 배경이었다.

오래전부터 주민소환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현행 주민소환법’의 위헌성을 지적해온 필자는 최근의 소환사례는 국회의 입법상 하자와 헌법재판소의 무리한 정당화 결정으로 인한 당연한 귀결로 이해하고 있다. 과연 국회는 이 법을 제정하면서 충분한 논의와 고민을 하였는가? 그

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무리한 판단이 없었는가? 선진 외국의 입법례에서 소환사유를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우리도 없어야만 하는가? 설령 소환사유를 두지 않은 것을 합헌으로 보더라도 너무 낮은 서명모집으로 사실상의 공직박탈인 직무정지로 이어지는 것을 합헌이라 할 것인가? 주민이 직접 부여한 신임을 철회할 때에는 신임 부여시의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를 상회하거나 적어도 같은 크기의 정

당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임에도 과연 우리 주민소환법은 그러한가? 김태환 제주특별도지사의 소환사건을 계기로 현행 주민소환법의 문제점을 되새겨 본다.

Ⅱ. 현행 주민소환법은 최선(最善)의 산물인가

1. 입법절차상의 심각한 하자

주민소환법의 국회 제정과정을 보면, 한 마디로 졸속입법에 의한 날치기 법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이후 제출된 3개의 주민소환법안은 2006. 4. 18.에야 소관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되어 계류되어 있다가 2006. 5. 2. 직권상정 법안목록에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던 중 당일 급조된 대안법률로써 법사위의 심의도 없이 본회의에 회부, 원안 가결되었다.

한 마디로 주민소환법은 당시 “상임위 및 소위 법안 내용 심의 부실 → 직권상정에 의한 입법절차의 부실 → 일사천리로 진행된 본회의 절차 부실”의 결과물이다. 위와 같은 파행적 주민소환법 제정 과정으로 인해 동법은 학계․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동법 제정 직후부터 의원발의 개정안이 줄을 이은 바 있고, 제18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는 곧 주민소환법이 그 탄생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2. 입법내용상의 중대한 하자

현행 주민소환법상 소환 대상자는 선출직 지방공직자(단체장과 선출직 지방의원)인바,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 및 개별 법률에 의하여 각 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단체장의 경우에는 지역주민에 대한 근거리행정을 수행하는 주민 직선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로서, “지역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할 때에는 주민의 의사가 찬반으로 대립을 빚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언제나 주민소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우 그 결정에 대한 엄밀한 검토․평가 없이 일정한 반대주민에 의한 주민소환의 대상이 되게 함으로써 이를 공직으로부터 배제하는 「공익」과 민선 단체장으로서 동 결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아직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안의 성공적 추진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익」은 언제나 대립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자의 공익과 후자의 공익이 대립하게 되는 때에는 현행법제에 의하면 쉽게 주민소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법 제정 이후 단체장의 정책적 사항을 주민소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결정”도 단체장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일정한 이권을 획득하는 등 개인적 비리를 범하는 등의 경우와 적법․정당한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등의 경우는 구분되어 평가되어야 한다.
「적법․정당한 정책의 결정․집행」의 문제와 「개인적 비리 등」의 문제에 대한 주민소환제의 성격은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적법․정당한 정책의 결정․집행」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정규의 제도적 절차를 거친 후에 주민소환을 할 수 있도록 해석함이 옳다고 본다(주민소환의 보충성(Subsidiarität)의 요청). 이러한 경우에까지 단체장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으로써 주민투표, 조례제정개폐청구 등 “현행법상 제도화된 소정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제쳐두고서 곧바로 공직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주민소환’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지방자치법 및 주민소환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제의 이념에도 합당하지 않다.

주민소환법의 제정취지가 오로지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박탈’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신분박탈 법률」로서 기능케 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체장의 공정한 정책수행을 위한 「경고적 기능」이 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적법․정당한 정책 문제에 대한 주민소환의 보충성 요청이 과도한 위헌적 해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둘째, 그러나 「개인적 비리 등」의 경우에까지 주민소환의 보충성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개인적 비리는 적법․정당한 정책 수행의 문제가 아닌, 공직선거에 참여한 주민 전체를 향한 스스로의 신뢰 반납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현행 지방자치법은 단체장의 퇴직사유와 체포․구금에 관한 처리규정 등 규정을 통해 개인적 비리 등으로 인한 통상적 직무 배재를 규정하고 있어, 더 이상의 주민소환의 보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즉, 개인적 비리 등으로 인한 경우에는 단체장이 형이 확정되어 피선거권이 상실되지 않은 한 그 직을 유지할 뿐 아니라 개인적 비리로 공소제기된 후 구금되어 정당한 공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더라도 그를 선출한 주민이 그 직에서 배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주민소환의 경우는 바로 단체장의 「개인적 비리 등」의 경우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나, 현행법은 양자의 구분 없이 모두를 소환사유로 하고 있어 입법내용상의 중대한 하자를 내포하고 있다.

3. 외국 입법례에 비추어 본 우리 주민소환법

현행 주민소환법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법정 소환사유의 미규정 외에, 낮은 소환 서명비율(도지사 10%), 서명요건 충족시 즉각적인 강제적 직무정지, 소환투표에 있어 불리한 지위, 낮은 소환투표율(유권자 3분의 1)로 인한 공직박탈이라는 지극히 쉽고 유연한 소환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지사의 경우 유권자 41만6,985명 중 12만6,460명 이상의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소환찬성측에서는 서명참여자보다 5만명이 더 투표에 참여해야 하므로 너무 요건이 엄격하다고 하지만, 반대측은 공직선거보다도 더 쉽게 공직박탈을 하게 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소환사유를 두지 않는 주가 다수지만, 소환서명요건 충족으로 직무정지를 하지는 않고 최종적인 투표 결과에 따라 공직박탈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본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해직청구하고 유효투표수 과반수 동의로 공직을 상실시킨다. 적법한 해직청구에도 직무정지 되지 않는다.

독일은 일본과 같이 소환사유를 정하고 있지 않지만, 소환절차 개시를 위해 재적 지방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이 있어야 하고, 주마다 상이하지만 유권자 30% 전후 이상의 참여와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된다. 또한 지방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에 감독관청이 소환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직무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어디에도 우리와 같이 쉽게 소환절차를 진행하는 나라가 없다.
이를 볼 때, 단순한 절차의 문제에 앞서, 정상적인 공직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가 언제든 쉽게 공직을 정지․박탈당할 수 있는 광범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우리 현행 주민소환법은 당해 소환대상인 선출직 공직자의 공무담임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법치국가원리의 한 내용으로서의 명확성의 원칙과 체계정당성의 원리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성이 크다.

Ⅲ.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의 문제점

주민소환법의 입법과정과 내용 및 비교법적 관점에서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 3. 26. 하남시장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현행 주민소환법의 각 조항들에 대하여 5:4로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합헌론은 다음의 점을 간과하여 문제가 있다.

첫째, 주민소환청구 사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주민소환투표 발의요건이 엄격하지 아니한 사정 아래에서 주민소환이 발의되어 주민소환투표안이 공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소환투표 대상자의 권한행사를 곧바로 정지하면 주민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남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둘째, 직무정지 조항은 헌법상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의 권한행사 정지요건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을 헌법상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에 비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권한행사의 정지기간은 최장 90일까지 될 수 있어 그 기간이 짧아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소환이 부결되는 경우 권한행사 정지는 결과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권한행사 정지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 권한행사정지를 정당화할 논거가 될 수 없다.

넷째, 권한행사를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은 다른 제도를 강구하여 충분히 그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직의 박탈은 주민소환이 확정된 경우라야 가능한 것인 이상, 권한행사의 정지는 주민소환이 발의된 상태에서 공무담임권에 대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침해 수단이고, 직무집행을 정지되도록 하였으나 주민소환이 부결된 경우보다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였으나 주민소환이 확정된 경우가 보다 헌법정신에 합치하고 청구인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게 되므로, 이 조항은 공․사익의 형량에 있어 균형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섯째, 주민소환이 확정되기도 전에 그 발의요건에 지나지 아니하는 10% 이상 주민의 서명만 가지고 그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은, 이미 적법하게 확정된 선거의 결과와 임기제를 무시하는 것으로서 대의제의 본질을 침해한다. 따라서 대의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도입된 직접민주제의 한 형태로서의 주민소환제를 긍정하고 주민소환제의 형성에 있어 입법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범위가 넓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조항만큼은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공무담임권을 대의제의 원리 및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Ⅳ. 결어

주민소환법은 정당한 공직선거로 선출된 지방공직자를 배제하기 위한 입구(入口)와 출구(出口)를 너무 완화하고 있어 위헌이다. “소환사유→서명비율→소환발의→직무정지→공직박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모두가 너무 유연한 요건이다. 주민소환법은 입법과정에서도, 위헌판단에서도 충분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외국입법례를 소환사유의 존부라는 피상적 입장에서만 보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절차로서의 주민소환제라는 이상론에 치우쳐 우리 고유의 현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주민소환을 통해 공직박탈하는 것만이 민주적 정당성에 합당한 것인지도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4인의 위헌의견이 오히려 타당한 주장이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우리 현실에서 너무 앞서나간 법률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정치의 안정을 위해 다시한번 이 법이 국회 입법의 도마위에 올려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소환운동 및 투표 사례를 보며, 당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제정된 주민소환법으로서는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된다. 이번 기회에 신속한 개정이 요구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orldnews.or.kr/news/view.php?idx=440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신봉기 취재기자 신봉기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