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3년째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정체된 가운데,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안전 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자율주행버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대비 2023년 14.7개월, 2024년 14.5개월, 2025년 13.6개월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날 장 의원은 같은 기간 중국이 12.2개월에서 8.4개월로 기술 격차를 좁히며 유럽을 앞지르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한국보다 약 5개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도 뒤처져 있다.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가 레벨4 로보택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레벨4 로보택시 운영 지구가 전무하며 서울 강남과 상암 등에서 제한적인 실증 운행만 이루어지고 있다.
투자는 오히려 축소되는 추세다. 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의 자율주행 R&D 예산은 2023년 1,568억 원에서 올해 895억 원으로 43% 감소했다. 특히 국토부의 자율차 상용화 예산은 지난해 대비 78%나 줄었다.
정부의 후속 계획도 불투명하다. 자율주행 R&D 사업은 2027년 종료를 앞두고 있으나, 이후의 구체적인 사업 규모와 착수 시점은 미정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실증 현장의 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시범운행지구 사고는 2022년 2건에서 2025년 37건으로 4년 새 18배 증가했으며, 누적 사고 66건 중 8건은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 관리 체계는 현장의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 전 구간이 실증 구역으로 지정되어 운행 중이지만 구간별 위험 평가 자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고 책임을 가릴 가이드라인도 2027년에야 마련될 예정이다.
장종태 의원은 "미국 웨이모는 유료 탑승 1,000만 회를 넘겼고 중국 바이두는 15개 도시에서 무인 택시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우리는 운영 지구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국은 앞서가는데 우리는 예산을 줄이고, 사고가 18배 늘어도 안전관리 없이 실증 특례만 고속도로 전체로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국토부는 2027년 이후 후속 R&D의 규모와 착수 시점을 확정하고 고속도로 구간별 위험평가를 실시해 공개해야 한다"며 "교통안전공단은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