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서울특별시 25개 자치구 단체장에
단 2명의 여성 후보만을 공천한
거대 양당의 남성 독점 공천을 규탄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이 확정한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구청장 후보 공천 결과는 대한민국 정계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 권력 카르텔을 다시 한번 명백히 증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천한 여성 후보는 김미경 은평구청장(민주당)과 이수희 강동구청장(국민의힘)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이들마저도 이미 정치적 기반을 다진 현역 구청장일 뿐, 거대 양당 통틀어 새로운 여성 정치 신인의 진입은 사실상 원천 차단되었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현직 구청장 17명이 재도전에 나서며 기득권 수성에 혈안이 된 사이, 정당들이 말로만 외치던 '여성·청년 우대'와 '인재 발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권력과 권한이 더 많이 부여되는 기초단체장 자리로 갈수록 여성의 진입을 조직적으로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공고함을 보여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으로 논란이 된 후보를 공천했다가 뒤늦게 강북구청장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며 공천 무효화를 고심하는 사태는 거대 양당의 검증 시스템과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당선 가능성과 정파적 이익만을 좇다 보니, 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와 공직 후보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마저 망각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거대 양당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그러나 눈앞의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를 지우는 정치는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후보 자체가 단 2명뿐이라는 현실은 최악의 성별 불균형을 은유 없이 드러낸 것이다.
바로 내일(14일)부터 6.3지방선거 후보자등록신청이 시작된다.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고 선거 대진표가 최종 확정되는 이 시점은, 유권자가 마주할 정치적 선택지가 얼마나 편향되고 왜곡되어 있는지를 직시해야 하는 뼈아픈 순간이다.
후보등록 신청일을 기점으로 정당의 시간은 가고 시민의 심판과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거대 양당이 외면한 성평등 정치의 가치를 선거 과정 전반에서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찰이 절실하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 언론의 역할 역시 엄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언론 보도는 거대 양당 중심의 경선 결과와 후보자 검증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가뜩이나 좁은 문을 뚫고 정치신인으로 도전장을 낸 여성 후보들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선거라는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에 갇혀 있는 여성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적 비전과 역량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언론의 적극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기득권 정당의 역학 구도를 위주로 다루는 보도 관행을 넘어, 다양한 대안적 후보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언론 본연의 책무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평등 정치를 가로막고 유리천장을 더욱 단단히 다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기만적인 공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언론은 단순한 중계를 넘어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한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2026년 5월 13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