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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2-25 13: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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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교수
남해 응봉산(해발472미터)

산이 있다.
올려다보는 것이 멋진 산이다.
산이 존재한다.
내려다보는 것이 멋진 산이다.
응봉산은 올려다보아도 멋지다.
응봉산에서는 내려다보아도 멋지다.
공존이 있기 때문이다.

공존
바다와 산이 함께 한다.
뭍으로 향하는 바다와 바다로 향하는 산이다.
바다는 그 큰 공허를 여미려고 산으로 파도치고
산은 그 솟아남의 혈기를 쉬게 하려고 바다로 풍덩한다.
내면과 외연이 공존하는 듯

바다의 내면과 산의 외면을 한꺼번에 본다.
내면에 더 응원을 보내어도 산이 시샘하지 않으리라.
바다에는 한낮의 한가가 있지만
산에는 붉게 타오른 채색이 있기 때문이다.

참꽃
가파름은 이미 가파름이 아니다.
광야를 달려온 바람에게 바위가 방어막이 되지 못하듯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에게 어둠은 이미 차양막이 되지 못하듯
가파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산이지만 먼 길 달려온 갈망 앞에서는 이미 가파르지 않다.
바다를 빗댄 깎아지른 가파름이 제 역할을 잃고 있다.

눈높이와 직각을 이루는 듯 가파른 길을 올라 능선에 이른다.
순간 숨을 멎을 듯하다.
운동성에 의한 호흡의 가파름이 아니다.
참꽃이 산을 불태울 듯이 붉게 단장을 마치고 서있다.
원색의 향연에 호흡이 정지할 듯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바위
참꽃은 바위를 의지하여 바람을 피한다.
바위는 첫 피어남의 참꽃으로 인하여 장엄하다.
예사롭지 않다.

세월도 비켜갈 듯 허투루의 것은 다 버린 바위가 우뚝하다.
털썩 바위에 주저앉아 본다.
따사한 햇살을 막아 병풍처럼 안온하다.

하염없이 망망하다.
비탈경사에 자리 잡은 최남단 끝마을 다랭이마을이 한폭의 풍경화다.
크레파스색보다도 더 진한 쪽빛이 넘실된다.
산에 비하면 바다는 올려다보는 법이 없고 내려다보기만 한다.

그래도 바다는 억울하지도 않는가 보다.
바위가 자신을 내려다보게 하는 안식처인데도 비위도 안 상하는가 보다.
참꽃잎 하나를 입에 넣는다.
붉은 색깔의 맛이다.
바위에 기댄 참꽃이다.

소통
사람은 마음으로 통한다.
길은 산으로 통한다.
그렇다면 산은 어디로 통할 것인가.
정상으로 통하는 것이다.
정상을 딛고 사라지는 공허가 된다.

공허 안에는 무한대의 소통이 있다.
소통은 금새 점멸하는 것이다.
정상인 매봉에서 세 갈래 길의 인간의 소통을 본다.
그 하나는 선구마을이고
그 둘은 설흘산이고
그 셋은 다랭이마을이다.

사람의 마음이 하나같지 않겠지만,
산의 의중은 하나같을 것이다.
그게 바로 소통이다.
어쩌면 말없음의 교감인 것이다.
우리는 정상에서 교감으로 소통하고 있다.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교감이라 해도 묵직한 것이다.

대칭
종으로 대칭이 있다.
종을 반쪽으로 나누면 그렇다(?).
횡으로 대칭이 있다.
침엽수를 반쪽으로 나누면 그렇다.
타오르던 화산은 오래 전에 정지하였다.
돌들이 검은 연기를 털고 하얗게 몸체를 드러내고 있다.

사철을 상징하는 편백나무가 고혹스럽다.
여름 푸르름이 천지를 무성하게 뒤덮을 때까지는 그럴 것이다.
초봄의 잔설 같은 하얀 돌이 나무에 박수하고 있다.
나무는 세월보다 더 빨리 성큼 자랄 것이다.

편백나무는 반쪽으로 나누어 대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옆의 나무와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덜 외로운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게도 통용되는 것이다.
옆에 닮은 누군가가 있다면 인간은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다.
나무의 끝을 따라 산정상을 올려다본다.

아쉽다.
홍조문 지나 하산길에서 그렇게 말한다.
안타까운 것이다.
머무는 것은 잠시이고 또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다시 해석한다.
아!, 쉽다.

공허하면 그럴 수 있다.
소통하면 그럴 수 있다.
산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산에서는 난해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쉬운 것이다.
망각처럼 다 비울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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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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