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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2-31 2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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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새해가

창공너머로 밝았다.

고개를 든다.

하늘을 올려다보기 위함이다.

고개를 숙인다.

땅을 내려다보기 위함이다.

숙이면 저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명이 차갑다.

여명이 매개가 되어 어둠이 물러간다.

어둠이 저 만치 다 물러간 줄 알았는데,

아직 못 다한 미련이 남았는가 보다.

해 바뀜의 미련이 그러한가 보다.


마음인 것이다.

세상의 일들이 다 그렇다.

마음을 먹기에 따라서 희노애락이 정하여 진다.

물질이 아니라,

사물이 아니라,

마음이 정하는 것이다.

경인년 지난해에 속상한 것이 있었더라도,

올 해는 마음을 다독여 다 풀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이 사람을 견디게 하는 것이다.


깊은 웅덩이에 빠져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깜깜한 어둠이다.

올라가는 것이 힘들어도,

내려오는 빛 한 점만 있다면 희망이 된다.

절망에 지쳐 쓰르륵 졸리다가도,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있어 견디어 낸다.

물질은 그 호가로 반응하는 것이지만,

마음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한다.

그러니 마음을 전하는 것이 제일인 것이다.

행여 머뭇거리다가 마음전하는 것을 놓치면,

더는 망설이지 말고 다음에라도 전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은 아름답다.

하얀 점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는 눈이다.

삶이란 그렇게 무수히 내리면서 명멸한다.

그러하니,

사라지기전에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하니,

그 짧음의 시간에 타인을 더 많이 배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새해에 기원을 한다.

선행이 더 많이 통하기를,

악행이 사그러 들기를,

선행이 만드는 보람은 적고,

악행이 이끄는 상처는 크게 된다.

이편과 저편이 있듯,

대차대조표에 그렇게 그려지는 것이다.


생각을 한다.

조용할 때에 무엇을 할까?

편안한 사람이라면 돌이켜 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선한 심성을 키운다.

건강한 사회란 그렇게 작동되는 것이다.

조용할 때에 사회가 더 밝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얕은 사람은 꼼수를 부린다.

약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만을 획책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없는 말로 상처를 준다.

그리하여 자기보다 더 행복한 사람에게 흠집을 낸다.

그리하여 긍정의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뒷다리를 잡는다.


얕음으로

술수로

잔꾀로 다른 누군가에 상처를 주고서도 못 뉘우친다.

그 상처받은 상대는 오래 잊지 않는 것이다.

꼼수를 써서 작은 이익을 챙기는 마음이,

남에게 타격을 입히더라도 자신은 빠져나가는 말이,

좁은 속내이기에 포용하지 못하는 작은 그릇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를 많이 퇴행시킨다.


악의 결집은 집요하다.

드러나면 안 되기에 감추어야 할 것이 많고,

부끄러운 것이기에 속으로 지켜내야 할 것이 많고,

추한 행태가 되는 것이기에 더 많은 동조자를 만들어야 하고,

그 악순환이 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그 악순환이 선순환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선함이 외로운 것이다.

악순환의 반격에 힘겨운 것이지만,

악순환의 흔들어 제침에 버거운 것이지만,

선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된다.

누군가를 대신하여 행하여 준다는 건,

사회가 그 만큼 밝아진다는 의미이다.

누군가를 대신하여 욕을 얻어먹는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그로 인하여 아량이 커진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고,

사람이 사람을 시기하고,

사람이 사람을 가만두지 않고

잘하려는 것을 건드리고,

잘되고 있는 것의 뒷다리를 잡고,

생트집으로 발목을 잡는 사회는 선진으로 나아갈 수 없다.

참으로 많이 염려가 되는 우리 사회풍토이다.


나이가 들고

지식이 늘고

사회경험이 쌓여 주관적 생각을 할 수 있음에도,

우선 편하려고 그렇게 악순환에 부화뇌동하는가 보다.


국가든

사회든 선진이 되기 위하여서는,

잘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도 싫으면 적어도 할 수 있게 그냥 두어야 한다.


약은 수는.

그것이 폭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사회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부정의라 하여도 그들에겐 이익이 되는 것이니,

약은 것에는 쉽게 타협이 되어 무리를 만들게 된다.

그리하여 올곧은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꼼수가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산을 오른다.

그 거대한 산의 영역 어디에 악행이 있는가.

그 존재의 어느 틈새에 악행이 스며들 수 있는가.

그 무엇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는 산이다.

산은 그 넓은 품을 벌려서 인간의 것들을 다 받아주는 것이다.


큰산을 오르던,

야산을 오르던,

그것은 결국 내려오기 위한 것이니 멋지다.

사는 것이란 결국 내려놓기 위한 것이다.

산에 오르면,

가까이 보지 않고 멀리 보게 된다.

안만 살피지 않고 바깥도 살피게 된다.


꽁꽁 얼었다하여서,

생명이 다 숨죽이는 것이 아니듯,

혹한이라 하여서,

걸음을 멈추지 않듯,

또 선한 행함의 발걸음으로 뛰어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사는 것이란,

역경이라 하여도

곤경이라 하여도

힘듬이라 하여도

어려움이 하여도

서로가 마음으로 응원하고 마음으로 뭉치면 극복하기가 쉬운 것이다.


넘어지면 어떠랴.

의연하게 일어서면 되는 것을,

흙투성이면 어떠랴.

툭툭 털고서 가든 길을 가면 되는 것을,


우리를 생각한다.

‘함께’의 의미이다.

'가둠'이 또 다른 의미이다.

함께하되 가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생각을 가두면 자기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가두면 타인에게 문을 열수가 없게 된다.


어울려 가는 것은 멋지다.

더불어 가는 것은 멋지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되어 함께 가면 더 멋진 세상이 된다.


2011년 신묘년 새해,

태양이 붉게 떠오른다.

그 처음에는 한 점이었다.

한 점 붉음을 내밀어 온 세상을 다 비춘다.

선한 행함이 설사 온 세상을 그렇게 다 비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한 점의 빛으로만 남아있다 하더라도,

선함과 베품의 행함은 거대한 수레바퀴가 되어 세상의 지축을 울리는 것이다.

그런 신묘년 새해를 염원한다.


<새해아침에 정극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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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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