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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0-23 1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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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직업평론가,칼럼니스트
교복을 주로 입던 1960년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생이 된 기념으로 딱딱한 교복을 벗어나, 집에서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청바지를 한 벌씩 맞춰서 단체로 입기로. 하지만 비용이 문제. 이런 저런 다른 핑계를 대서 각자 용돈을 만든다.

신나서 우리 세 친구들은 청바지를 나름 멋진 것으로 한 벌 맞춰 입었다. 청바지로 인해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한 학기 내내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우리는 자유스러운 의상의 화신으로 통하던 추억의 청바지를 다려 입고 방과 후에는 소도시 뒷골목을 누비면서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도 보러 가고 그랬다.

더러는 청바지를 우리가 손으로 빨아서 말리고 다리미질을 직접 해서 입어보곤 했다. 청바지에 다리미질로 날을 세워서 입고 시내에 외출을 하는 순간에는 기분이 그야 말로 환상적(幻想的)이었다. 하지만 청바지의 옷 물이 빠지면서 하얀 색이 여기저기 드러나는 시간이 되니 왠지 맥이 풀리는 기분이 밀려오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중에 하나는 방송국 아나운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화면에 자주 나오고 만나고 싶은 연예인들을 만나며 일하는 그들 아나운서들이 다른 직업에 비하여 정갈한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영상과 음성을 통해서 일하는 아나운서는 깊이 직업 세계에 들어가면 ‘ 표정은 물론, 토씨 하나까지도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며, 명절 같은 시간엔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

더구나 특집 방송이나. 특이한 뉴스가 장기간 지속되는 속세의 상황이 되면 그들은 집에도 오지 못하고 방송국에서 릴레이로 진행을 24 시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직업이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마는 아나운서로 일하는 것은 정신적인 중노동이라고 어느 아나운서는 말한다.

“우리 직업 세계에선 여행을 오래 한다는 것을 그림의 떡이지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시험은 카메라 앞의 실기 테스트 통과가 생각 보다 어렵다. 지원자는 많고 채용인원은 0 명이니 그렇게 경쟁이 심할 수밖에. 그래서 아나운서 시험에서는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 메이크업은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은가. 등등의 걱정을 많이 하곤 한다.

양복 값도 비싼 것은 너무 비싸서 학생신분으로 부모님이 사주지 않는 한 양복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아나운서 시험 보려는 남학생들이 부담감을 많이 가 졌었다. 그런데 이번 2008년 아나운서 시험부터는 방송국에서 청바지에 하얀 티 면 된다고 한다. 참 좋은 채용 요강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아나운서시험을 보기위한 양복마련비용은 학생신분에서는 비싸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부모님의 주머니 형편이 이전만큼은 아닌 지금의 시점에는 적절한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진행을 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아나운서 시험에서 근엄함을 평가할 필요는 없다

젊은 사람들의 근엄(謹嚴)함은 언제든지 연출이 가능한 것이기에 오히려 평상시의 자연스러움을 평가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아나운서의 채용 시험에서 청바지를 하얀 티에 입게 하는 것은 적절한 요강이라고 본다.

이런 채용 요강은 물론 백지연 아나운서가 제안한 후 여러분들의 공감을 받은 후, 새 변화로 나타난 것이지만 앞으로도 나라의 경기(景氣)에 관계없이 유지돼야 한다.

특별히 여학생들도 정장이 아닌 평상복 스타일로 입고도 아나운서 시험을 보도록 해주는 새 요강도 고려(考慮) 하기 바란다. 아나운서의 직업 역량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말의 자고저수준 , 발음, 발성, 내용이해, 진행 능력, 스피치, 표정, 지식 기반 과 정도. 객관성 유지능력 등 다양한 평가를 하는데 지장이 없는 평상복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옷이 날개라지만 평상복으로 방송을 하는 그런 아나운서들이 많이 등장하면 아나운서란 직업인은 더욱 사랑을 받는 직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앞으로 추억의 빛바랜 청바지 입고 뉴스 진행하는 그런 자유로움을 보다 많이 전하는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특히 KBS는 하얀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아나운서 채용 시험 절차를 수험생들에게 갖게 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영 방송인 까닭에.
( nngu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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