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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4-23 08: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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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듯,
감춘다.
왔다가 저만치 퇴각하는 봄이다.
처녀의 치맛자락 같다.
시간을 꽁꽁 동여매고 있다.

바위인 듯,
내보인다.
터 잡아서 더 높이 솟아오른 바위이다.
하늘을 향하여 이룩하는 우주선 같다.
다투어 천상에 오르고 싶은가 보다.

볼 수가 없다.
차마 눈을 뜨지 못한다.
하나라면 마주할 것이다.
봉우리 마다 수놓은 장엄한 바위이다.
바위마다 저 마다의 형상으로 근엄하다.
감히 올려다 볼 엄두도 못 낸다.
전율처럼 바위의 위용에 포박 당한다.

걷지도 못한다.
겨우 눈을 뜬다.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하늘을 향하던 바위가,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한 듯,
속리산에서는 바위가 하늘보다 더 높다.
겨우 한마디 말을 내뱉는다.
“압도”

숨어버린 전설을 찾듯,
상주 장암리에서 문장대를 향하여 오른다.
마치 사립문을 열듯,
구비를 휘익 돌 때마다
길목을 여는 통바위이다.
길의 가파름은 참을 만한데,
바위의 그 묵직함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손바닥을 툭 댄다.
온열기같은 기운을 감지한다.
길목의 바위가 전하려는 것은 기운만이 아닐 텐데,
미력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이란 그것뿐인가 보다.

전설을 품었다.
문장대가 하도 장엄하여,
가만 둘리 없는 인간이 만든 전설이다.
세조가 그 바위에서 글을 읽었다.
문장대는 장부가 글을 읽은 곳이다.
글읽는 장부의 기개를 멸하려고,
국권을 침탈한 일본은 그곳에 철주를 밝았다.
열등한 일본의 비열한 꼼수였다.

큰 웅덩이다.
철주를 파낸 흔적인 것이다.
움푹 패인 문장대의 웅덩이에 가슴이 아린다.
아프고도 아픈 흔적의 전설이다.
오늘 이리도 가슴이 아팠으니,
내일 장부의 기개는 다시 펼쳐질 것이다.
열등한 일본의 흔적을 멸하였으니,
그 기개는 다시 세상을 호령할 것이다.

길은 멀지만,
마음은 희열이다.
천왕봉이 수평의 눈높이에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이다.
엄숙하게 지나쳐야 할 열병식 같다.
각가지의 명명으로 도열하고 있다.
문수봉을 지나면
신선대를 마주할 것이다.
입석대를 돌아서
비로봉을 올려다 볼 것이다.

호락하지 않을 듯,
천왕봉이 그 바위 다 돌아서 오란다.
그 통과의 절차가 고맙다.
가녀린 호흡으로 천왕봉을 올려다본다.
뒤돌아보면,
몸이 굳어져서 돌이 되는 전설이 떠오른다.
천왕봉의 목전에서 뒤를 돌아본다.
산을 타고 오르는 해태를 본다.
해태형상의 바위가 통째로 봉우리를 덮고 있다.
그 거대함에 소스라쳐 뒷걸음을 친다.
그 완벽한 형상에 모골이 송연하다.
그 용맹함에 정신이 혼미하다.
겨우 스멀거리는 의식을 찾는다.
"공명"

때인 것이다.
정물화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은 활동하는 것이다.
산이 그렇게 활발한 것이다.
좀 더 웅장한 바위이고 말았을 것을,
때를 만나 해태가 된 것이다.
그 거대한 바위해태가 꿈틀되면,
천지는 분간 없이 요동할 것이다.
그릇됨을 타파하고서 바른 곳으로 정돈될 것이다.
겉으로 볼 수는 없지만,
속으로는 이미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
때를 맞추어,
해태를 보았으니 더하여 무엇 할 것인가.

천왕봉.
하늘의 마음은 천심이고
인간의 마음은 인심이다.
그곳에 천심이 머물고,
그곳에 인심이 탄복한다.
물 한 방울 툭 튀기면,
한강으로,
금강으로,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세 개의 강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바다에 이르러야 합수가 되는 것이다.
천왕봉의 뜻이 그리도 멀리에 미치는 것이다.
천왕봉의 품이 그렇게도 원대한 것이다.

첨언:
천왕봉은,
2007년 그 오랜 천황봉이라는 일제의 오염을 떨고서 천왕봉으로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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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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