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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3-18 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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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평창 : 백덕산
강원도 영월 백덕산(해발 1350미터)

하얀 잔설이다.
잔설의 결빙이다.
오래 남는 눈이 되었다.
결빙의 미끄럼을 타고서 맞바람이 강풍이다.
바람이 항변으로 윙하는 것 같다.
잔설이 아니라 본설이라 외친다.
늦게 내린 잔설은 다 녹았기 때문이다.

백색의 본설이다.
그 처음에 내린 눈이다.
그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눈이다.
녹아내림에도 견뎌 남은 백설이다.
남음에 뒤덮여 있는 백덕산이다.
본설의 긴 시간위로 성큼 걷는다.
본설이 아스라한 능선길을 열어 주고 있다.

장강이다.
물길은 장사진이 된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평지가 아무리 넓어도,
구비가 아무리 많아도,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이다.
끝내 이르는 곳이 바다인 것이다.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물은 강을 버리고
바다는 물을 품는 것이다.
그 또한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장강을 닮았다.
백덕산의 능선이 그렇다.
저이 왼편으로 구비 돈다.
가파름으로 오르기 위함이다.
휘이 오른편으로 구비 돈다.
완만한 구릉에 닿기 위함이다.
시대가 백덕산의 능선을 모방했다.
오른편과 왼편의 다툼은 기나 긴 구비가 된다.
함께 날개를 펴는 직선의 신작로는 짧은 것이다.
백덕산의 능선이 펼친 것은,
다툼을 제어하고 웅비의 시대를 고양하라는 것이다.

맞바람이 분다.
마주하고픈 것이다.
차가움으로 얼굴을 때린다.
피하려고 고개를 숙인다.
발아래의 눈이 수정처럼 영롱하다.
눈의 영접을 받고 있는 햇살이다.
그 무엇이라도 영접은 빛나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영접은 아름다운 것이다.
영접에는 넉넉한 나눔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길이다.
눈이 바람을 만나 길이 된 것이다.
바람은 휘몰아 가면서 눈을 능선에 쌓이게 했다.
바람은 세찬 성남으로 눈을 녹지 못하게 하였다.
산능선에 눈이 제일 오래 머무는 이유인 것이다.
바람의 길이 아늑하다.
허공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눈의 길이 아롱진다.
마음에 새겨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동행이다.
도망하지 못하게 모인 눈이다.
백설에 남겨진 발자국이다.
앞선 자의 발자국과의 동행이다.
앞선 사람이 길을 내어 헛디딜 틈도 없다.
동행이란 발을 헛디디지 않게 하는 것이다.
행여 조심을 않으면,
발이 푸욱 빠지는 눈과의 동행이다.
정상을 목전에 둔 당재이다.
당재가 터 넓은 경사를 만들었다.
당재가 정상으로 향하는 동행을 모으고 있다.
당재에 바람이 머무는 까닭이다.

당재를 넘는다.
뒤로 당기는 거친 호흡이다.
손사래를 쳐서 곤함을 떨친다.
휘이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정상을 호위하는 눈이 아름처럼 쌓였다.
호위를 헤치고 나아가는 걸음이 힘겹다.
마치 통천문인 듯,
길목 지키는 참나무 한 그루를 본다.
아름드리 줄기가 뷔이(V)자로 휘었다.
뷔이자가 화살처럼 가리키는 땅에 서서,
홀로인 듯 가파르게 솟은 정상을 본다.
정상에는 애틋함이 멎었다.
더는 솟아오르지 못하여 가파름이다.
사위를 사무치는 백덕산이다.
사방을 에워싼 다른 산들의 정상을 넋놓고 본다.
각기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산들의 군집에 탄성한다.

백설의 하산이다.
눈위의 걸음이 날아갈 듯,
눈이 하늘까지 덮을 듯,
눈덮힌 계곡과 하늘이 통하는 듯,
모르는 사람과도 소통을 나누는 듯,
그것은 몽환이 되었다.
차라리 깨어나지 말 것을,
그것은 이별이 되었다.
차라리 머물고 말 것을,

눈과의 작별이다.
그 마음 아는 듯 애꿎은 바람만이 휑하다.
백설이 바람을 만나,
하얀 생명을 피우는 백덕산이다.
때맞추어 훈풍이 불 것이다.
눈이 녹아내리면,
그곳에는 거대한 청산이 피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백덕산 위 치 : 강원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 평창읍, 영월군 수주면 관 리 청 : 평창군청(033-330-2542) 사진 백덕산 내용출처 : http://www.visitkorea.or.kr/ 출처 : 백덕산 사진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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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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