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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7-26 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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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astrophe!"(Catastrophe)라는 말을 들었다.

대재앙, 대참사, 파국, 재난, 불행... 조금이라도 어감이 약한 게 없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느 하나 적합한 것이 없다. 독일을 방문하고 있는 지금,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이 독일의 일반 시민들에게는 "Katastrophe"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 표결절차의 하자에 대해서는 이미 양식 있는 법학자들에 의해 규명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굳이 이 자리에서까지 그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다.

투표종결 후의 재투표, 대리투표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그것이 적법하다고 우기거나 강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입법절차 위반은 여(與)든 야(野)든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위반이어야 한다.

'적법절차'라고 하는 "due process of law"는 오늘날 민주화된 세계 각국에서, 행정만이 아닌,입법(立法)과 사법의 영역에서도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최소한이다.

우리가 비난해왔던, 전제주의에서 갖 벗어나 여전히 군주국가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여당 독주의 입법에 대해 이른바 우보(牛步)전술이라는 입법지연 방법을 취하며 반대의사를 표출해오지 않았던가.

이렇게 만든 법률과 그 하위입법들을 놓고 '법치행정'과 '법치주의'의 원리 (Rechtsstaatlichkeit)를 가르쳐야 하는 내가, 이곳 독일에서 바라볼 때, 너무나 초라하고 왜소해 진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미 오래 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서슬 퍼른 전두환군부정권에 의해 자행된 국제그룹 해체까지도 위헌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투표종료선언 후 재투표 선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종료선언 후 1분만에 이루어진 선례였던가?
그 혼란속에서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 이튿날에 또는 20여일이 지난 후에 재투표를 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미 국제사회에서 후진정치 국가로 평가된 우리 조국을 보며, 헌법과 행정법을 가르치고,최선의 제도라도 적법절차를 어기면 위헌/위법이 된다고 말해왔던, 나의 강의시간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이번 사건이 우리 정치사에 있어서 'Katastrophe'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제 이곳에서 지낼 남은 며칠간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지내다가 귀국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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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뮌스터(Muenster)대학교 법과대학(법학박사), (현)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현)한국지방자치법학회/한국토지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전)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보,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사법시험(2005, 2007) 및 행정고시(2003, 2001) 2차시험위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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