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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7-29 00: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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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종현 논설위원
지난 10여 년간 법학교수가 주축이 되어 추진해 온 사법개혁의 산물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그 근거법률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졸속으로 처리됨으로써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2009년 3월 개원을 예정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은 2008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전국 25개 대학에 2000명의 정원을 배정한 예비인가를 하였다.

예비인가 발표 후 인가받은 대학들은 입학정원에, 탈락된 대학들은 그 탈락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 여러 대학들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줄 소송사태가 발생하였다.

대학들의 불복과 불만 등 비판적 여론에 밀려 교육부는 로스쿨 인가대학 순위와 점수를 전격 공개하였으나, 그것은 눈가림과 책임전가에 불가하다는 비판에 직면하였을 뿐이다.

심사 세부항목별에 대한 위원별 평가점수와 위원회 구성과 심사의 공정성에 문제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함구하였기 때문이다.

총점과 대학별 순위만을 공개한 것은 대학의 서열과 등급제의 폐해만을 고착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비인가 후 고려대는 예비인가 반납을 검토하다가 유보하였고, 탈락한 대학의 총장 중 한명은 예비인가 탈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장직을 사퇴하기도 하였다.

탈락 대학들은 각종 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 헌법소송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로스쿨 설치에 따라 법학부가 강제 폐지되면서 학부생들의 권익이 침해당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학부의 강제폐지 조항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히며 예비인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예비인가를 받은 학교나 탈락한 학교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심지어 학생들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등 로스쿨을 둘러싼 상황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주지하듯이 로스쿨신청대학의 총장 단은 향후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과 법조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도입 초기 총 정원을 3200명 이상으로 하고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한 입학 정원을 구성,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인가요건 갖춘 대학에 대해서는 로스쿨 설립 허용, 새 정부는 작금의 로스쿨 인가를 둘러싼 문제의 근본해결을 위한 분명한 입장을 천명하고 법학교육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총장단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로스쿨 정책은 로스쿨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당위의 이유인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라는 전제를 몰각하고, 법조특권을 옹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진행된 점에 문제가 많았으나, 이를 이명박 정부는 그대로 계승하였다.

소수의 엘리트 법조인에 의한 사법독점을 깨뜨리고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조인의 대량배출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며, 이에 부응하는 것이 로스쿨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로스쿨 법은 총 정원통제, 대학별 정원통제, 법조에 의한 교육의 통제 등 이중삼중의 규제일변도의 제도를 이루어져 처음부터 법학교육의 법조예속과 법조기득권 유지에 급급하여 결국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의지는 진작 실종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부와 청와대마저 사법개혁 실종을 견인하는데 앞장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급기야는 로크쿨 예비인가 논란과 관련하여 노무현정부의 인적교육자원부 부총리가 사퇴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왜? 위정자들은 10년 내지 2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가?

KDI의 김두얼 부연구위원은 변호사인력 공급규제 정책의 개선방향이라는 정책보고서(제189호, 2008.1.14.)에서 2030년까지의 소송 관련 변호사 시장 예상증가율을 지난 30년간의 소송 관련 시장 증가율에 대한 보수적 추정치인 연평균 13~14%로 상정할 경우, 이러한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매년 변호사는 적어도 연 3,000명, 판․검사를 포함할 경우 법조인은 연 4,000명 정도가 배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 연구결과를 타당한 것으로 본다면, 연간 변호사 4000명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장 단이나 로스쿨 비대위는 총 정원 3200명 또는 3000명이상을 주장하였었다.

작금의 예비인가 관련 줄 소송 사태가 발생한 것은 새 정부의 총 정원정책이 실패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만약 법원이 로스쿨예비인가 효력을 정지가처분을 받아들이게 되면, 예비인가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로크클 논란을 잠재우고,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하나로서 국민을 위한 로스쿨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 정부는 관치와 통제라는 행정 관료적 타성을 버리고 진정 국민을 위한 로스쿨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미래지향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로스쿨 정책은 이제라도 국민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총 정원 통제를 버리고 대학의 자율을 존중하는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개원 초기 총 정원은 3000명 이상으로 했어야 했다.

2009년 개원을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다. 예비인가에서 탈락된 대학들의 신청서류를 재 심의하여 추가 선정하는 단안을 내려야 한다. 제18대 국회에 와서 이미 지난 7월 14일 법조인 양성 및 선발제도에 관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특히 이 공청회를 주관한 박선영의원은 그가 대표발의자로 하여 21명의 의원들의 명의로 ‘법학 전문 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개정 법률안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에 학문 후속세대로서의 법학자 양성을 추가하여 교육에 있어서 이론과 실무 전문가의 균형을 기하도록 하였다(안 제1조).

또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 전에 사업계획서 검토를 통한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사전 심사 제도를 규정함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을 두고자 하는 대학의 과다지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예비인가제도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의 인가절차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기하도록 하였다(안 제5조 제2항 내지 제3항).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총 입학 정원에 관하여 이 법에 아무런 명확한 기준이 없이 포괄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위임하고 있으므로 직업의 자유와 대학의 평등권이나 자율성 침해 소지가 있어 그 내용의 중요성에 비추어 총 입학정원의 최저한도의 기준을 법에서 직접 규율하고 그 범위 내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입학 총 정원을 정하도록 하였다(안 제7조).

법안 부칙 제2조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연도별 총 입학정원을 2차 입학연도 3000명, 3차 입학년도 3200명, 4차 입학년도 3400명, 5차 입학년도 3600명으로 따르도록 규정하였다. 새 정부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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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법학교수회 수석부회장
    (사)한국법제발전연구소 이사장
    (사)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사)한국공법학회 회장, (현)고문
    (사)한국환경법학회 회장, (현)고문
    (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심판위원
    (현)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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