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09-03-21 14:32:37
기사수정
▲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및 현 프런티어타임스 회장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백인 남학생의 수가 크게 줄고 대신 동양인들과 여성 지원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현재 의사의 절반 이상이 여자이고, 나머지 반은 동양학생들로 채워져 백인을 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과장된 얘기지만 여자가 절반 이상이란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도 의사의 대다수가 여자들일 것은 틀림없다.

그러면 거의 1백 퍼센트 백인 남성으로 구성됐던 미국의사협회 (AMA) 가 지금은 왜 여자와 동양인들로 꽉 찼는가? 그 대답은 백인 남학생의 의과대학 지원이 준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당시 부인 힐러리 클린턴을 의장으로 한 국가건강보험제도 구상이 나오면서 우수한 백인 남학생들이 의대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클린턴의 구상은 공화당과 미 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로 끝났지만 그 파장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는 10여 년에 걸쳐 어려운 공부를 요하는 직업인데, 20대 청춘을 희생하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친 끝에 국가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90년대 초 당시 공교롭게도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이나 투자회사에선 머리가 좋고 깨끗한 외모에 언어가 능숙한 백인 남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불과 5년 만에 연봉과 보너스를 합쳐 1백만 달러를 버는 월스트리트의 친구들을 본 젊은이들은 너도 나도 의사의 꿈을 접고 월스트리트로 몰렸다.

그 결과 몇 년 사이 월스트리트는 소위 머리 좋고 똑똑하고 외모가 훤칠한 백인 남자들의 안식처로 변했다. 자기 돈은 한푼도 쓰지 않고 머리를 굴려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희한한 직업들이 생기면서 회사끼리 서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젊은 백인남자 졸업생들을 혈안이 되어 찾아다녔다. 이런 틈새를 메운 것이 바로 동양인들과 여자들의 의과대학 진학이다.

월스트리트 근무자들의 공통점은 한결 같이 젊은 백인으로, 조끼를 갖춘 고급 양복에 비싼 넥타이와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점심엔 스시를 먹거나 아니면 야채요리와 와인을 마시는 것이었다. 소위 새로운 세대가 생겨난 것이다.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2세들도 꽤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많은 멋쟁이들이 직장을 잃고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요즘 AIG 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납세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소위 경기부양책이란 이름으로 혈세 중 1천7백억 달러를 도와줬는데 그 중 9백억 달러는 제3자에게 투자했고, 놀랍게도 1억6천5백억 달러는 자기들끼리 보너스로 나눠가졌다니 당연한 일이다.

경영진의 실책으로 문을 닫기 직전에 있던 회사를 국민의 세금으로 살려 놓았더니 이 세금을 보너스로 나눠가졌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분개하게 만들었다. 22명의 직원은 각자 2 백만 달러씩 보너스를 받고 73명의 직원은 1인 당 1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회사에 계속 있어달라는 보너스라는 얘기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 중 11명은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 됐다는 점이다. 이미 떠난 사람에게 1백만 달러씩 주면서 계속 회사에 남아 열심히 일해 달라는 목적으로 엄청난 보너스를 줬다니 이들이 정신이 나가지 않았는가 의심스럽다. 어떤 직원은 4백 60만 달러을 받았는데, 이는 말하자면 회사가 바닥이 나도록 한 데 대해 고맙다며 더 있어달라고 보너스를 준 격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었다.

AIG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더 뒤져보면 이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이게 다 오랫동안 호황을 누리면서 자기네들이 월스트리트를 쥐고 흔드는 엘리트 그룹이라고 굳게 믿던 이들의 정신 상태와 오만함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부를 누리면서 지나친 욕심에 결국 오늘의 경제 불황을 초래한 것이다.

AIG 사장은 이번 보너스는 작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되며, 정부의 구제금융이 결정되기 전에 약속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무슨 망말인가. 회사를 망쳐놓은 직원들에게 2백만 달러씩 보너스를 준 것은 입이 열개라도 답변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분개해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 보너스를 도로 찾아와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결국 의회가 특별법을 의결해 이 보너스를 회수하게 될 전망이다.

내 생각엔 의회가 소위 특별법안, 즉 AIG 에만 국한되는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킬 것 같다. 특별법을 통해 법원에 보너스를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받은 보너스에 대해 90%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90% 세금이라면 보너스 거의 전부를 다시 국세청에 바치는 게 된다. 둘 중 어떤 법이든 상원에서는 압도적으로 통과될 것이고 오바마가 서명하면서 곧 효력을 발휘하는 특별법이 될 것이 확실하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은 회사들을 샅샅이 뒤져 자기들끼리 이 돈을 나눠 갖지 않았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스트리트는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테고 외국인들의 미국 투자는 급격히 줄 것이며, 중국의 강한 비웃음을 살 것이다.

어쩌면 미국에 투자해서 손해를 본 외국 투자자들의 법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서둘러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에서 많은 돈을 쉽게 번 이들이 제발 다시 의과대학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프런티어타임스 김창준 회장 hyunnews@frontiertimes.co.kr>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orldnews.or.kr/news/view.php?idx=218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