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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3-01 22: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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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일보 고하승 편집국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른바 쟁점법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단 쟁점법안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뜻은 너무나 확고하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쟁점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대 의석수만 믿고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1월 5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며 쟁점법안에 대해 전격 제동을 걸었었다.

그 이후 박 전대표의 이 같은 뜻은 전혀 굽히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난 후에도 그는 당당하게 이 같은 뜻을 피력했다.

지난달 2일 청와대 오찬회동 참석 직후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충분한 국민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이 국회 문광위에서 미디어법을 기습 단독상정 하는 파문을 일으켰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날 박 전 대표는 성우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입장을 다 밝혔다"며 당 지도부의 속전속결 처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천명했다.

또 그는 다음 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25 전시 납북자 진상규명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도 “한나라당이 언론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의 일괄 직권상정을 시사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에 대한 내 입장은 지난번에도 얘기했고 어제도 얘기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즉 그동안 천명한 원칙론인 ‘선(先) 국민 공감대론’을 고수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사태를 환영하지 않는 뉘앙스가 너무나 분명하다.

특히 ‘당 지도부가 현명하게 잘 풀어 나갈 것’이라는 말은 지금처럼 ‘속도전’에 매달리지 말고, 국민과 충분히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우회적인 뜻인 담겨 있다.

그런데도 소위 친박(親朴) 인사라는 사람들이 그의 뜻을 따르기는커녕, 오히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고 불리는 이상득 의원의 독려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은 친박 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김무성 의원과 허태열 최고위원을 지난 달 21일 부산에서 전격 회동한 사실이 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공감대”를 강조한 만큼, 쟁점법안을 단독 상정해 파문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런데 이상득 의원과 이들 친박 의원들의 회동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격적으로 미디어 법을 단독 상정하는 파동을 일으키고 말았다.

박근혜의 뜻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도대체 한나라당 지도부가 무엇을 믿고 이렇게 안하무인(眼下無人)일까?

민주당 등 모든 야당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쟁점법안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친박이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될 수도 있다.

물론 이로 인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해서라도 직권상정 하도록 애를 쓰고 있다.

친박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고서는 이렇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완강하게 속전속결처리를 반대하는 데에도 불구,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처럼 표대결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어쩌면 이는 ‘이미 친박 포섭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박 전대표의 뜻과 다르게, 친박투항(投降)을 당 지도부에 약속한 것일까?
과연 그들을 ‘친박인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지난 18대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로 하여금 ‘이상한 경선 룰’을 받아들여 국민의 지지를 받고도 경선에서 패하도록 만든 사람들이 이번에도 투항을 약속한 것이라면, 그는 배신자다.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여러 친박 의원들, 즉 ‘원조친박’이니 ‘월박’이니, ‘주이야박’이니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너무나 외롭다.

오직 “국민의 뜻”을 강조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욕심에 따라 몰려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당 밖에서의 박 전 대표는 결코 외롭지 않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을 믿고 힘내시라.

<시민일보 고하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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