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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07-16 22: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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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씨
[쿠키 사회] “학생들만 보면 아들 생각이 나서 그동안 혼자서 울기도 많이 했었지만 이젠 울지 않을 겁니다.”
경북 안동시가 설립한 안동시장학회에 기금 5700만원을 전달한 박찬용(49·서안동농협 근무·사진)씨는 15일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 가운데 한 가지를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내놓은 장학기금은 아들이 ‘의사자(義死者)’로 선정되면서 정부에서 보내온 위로금이었다.

위로금을 선뜻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박씨에겐 쉽게 지울 수 없는 아들에 대한 슬픈 기억이 있다. 박씨의 장남 준우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3년 8월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 낙동강에서 물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강으로 뛰어들었다.

친구는 구해냈지만, 준우군 자신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준우군은 평소 학교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잘 챙겨주는 등 의협심이 강해 따르는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해 준우군은 자신을 희생해 친구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인정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몇 년간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남학생들만 보면 아들 준우군이 생각나 밤잠을 설치는 고통의 날들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자로 지정받은 것은 나쁘지 않으나 꽃같이 젊은 나이에 아들을 앞서 보냈다 생각하니 매일 한숨만 나왔다”며 “공부 잘하고 착한 아들에게 그같은 불행이 올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5000만원의 위로금도 박씨와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는 없었다. 박씨는 아들이 다니던 중학교에 아무 조건없이 위로금을 맡겼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돈 때문에 고통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안타깝게 짧은 생애를 마친 아들에 대한 도리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박씨는 자신이 맡겨 의미있게 쓰여질 것으로 믿었던 위로금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난달 출범한 안동시장학회에 이 돈을 전달키로 마음먹었다.

기금 전달을 마친 박씨는 “이제서야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 기금이 안동교육 발전에 밑거름이 돼 의롭고 선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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