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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6-19 22:10:39
  • 수정 2016-06-19 23: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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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뉴스 최성진기자

본 기자는 원래 일요일에는 일하는 사람이 아닌 데, 딱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아서 취재차 국회에 나가봤습니다, 최근들어 좀 부지런히 취재해 볼려고 하는 중입니다.


19일 오전 10시쯤에 강남 논현동 모 커피숍에서 김희옥 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간의 회동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문자 메세지를 확인해보니까 이미 회동이 끝난 후 였습니다. 그래서 회동의 분위기가 어떠했는 지 현장에서 지켜보지는 못했습니다.


꼭 눈으로 봐야 맛은 아니니까, 굳이 현장에 안 가보더라도 대충 머리를 굴려보면 지금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독자여러분과 본 기자는 헤이즐럿 커피 한 잔씩 들면서 함께 머리를 굴려 봅시다.


이번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에서 처리해야 할 중요 핵심 사안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건'과 '탈당파 의원 복당문제'입니다. 이 두가지 사안이 끝나면 혁신 비대위는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


'전당대회 건'에서는 당 지도체제개편이 주요 골자였는 데, 단일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의 권한과 의결권이 다른 최고위원들과 똑같이 1/n 이었는 데, 단일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갖게 하는 체제입니다.


쉽게 설명해보면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대표가 당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들을 자기 맘대로 임명하지 못하지만, 개편된 단일 집단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 혼자서 임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 국회의원 공천권은 기존 방식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혁신비대위에서는 전당대회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의결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독자 여러분들도 보도를 통해 다 아시는 내용일 것입니다.


'탈당파 무소속 의원 특히 유승민의원의 복당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는 데, 혁신비대위에서 일괄복당시키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 논의 사안은 처음부터 뜨거운 감자였으니까 뜨거워야 합니다. 역시나 뜨겁더군요. 친박 비박의 코피터지는 열기가 상당히 뜨겁고 치열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이 사안을 "뒤로 미루자"고 했고 정 원내대표등은 "지금 처리하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정 원내대표가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체면과 자존심에 기스를 내 버렸습니다. 정 원내대표가 얼마만큼 기분 나쁘게 했는 지는 비공개회의라서 기자들도 잘 모릅니다. 정치판에서는 본래 이런 일이 다반사라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정가에서 놀아본 경험이 없는 김 비대위원장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자들 눈으로 볼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비대위원장의 자존심에 기스가 났느냐 안 났느냐는 사실 표면적인 내용일 뿐이고, 기자 입장에서는 그 속에 엿보이는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혁신비대위 회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비공개회의였으니까 기자들도 그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모릅니다. 당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1차 격론에서는 뒤로 미루자와 지금 처리하자로 충돌했는 데, 표결결과는 지금 처리하자로 결정되었고, 2차 격론에서는 일괄복당 찬성과 반대로 역시 표결로 갔는 데, 결과는 찬성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표결방식과 투표진행을 살펴보니까 좀 묘한 구석이 있더군요.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들이 총 11명이니까 6표만 나오면 과반으로 의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반인 6표가 나오게 되면 나머지 투표용지는 까보지 않고 개표한 투표용지와 함께 파쇄해 버리기로 표결전에 미리 합의를 했더군요.


미리 개표방식을 그렇게 합의한 이유를 추리해보면,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 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전부 개표했다면 표결에 참가한 비대위원은 얼마 안되는 데다가 이견이 있어 격론이 오갔으니까 누가 확실히 찬성 반대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고, 거기서 확실히 반대한 사람의 숫자를 빼면 나머지 사람중에서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 지 계산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삼국지에서 조조가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무찌르고 난 후, 조조진영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 동안 누가 원소와 내통했는지에 대한 증거물들을 보지 않고 소각해버린 일화와 유사합니다. 일괄복당에 찬성한 인사와 반대한 인사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드러나면 그들 입장도 난처해질 것이고, 언론에서도 엄청 떠들어댈 것이고, 배신이니 아니니 하면서 또 다른 당내 분란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래도 본 기자와 독자여러분들은 그 속사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니까, 표계산을 한 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우선 1차 격론이 오갔을 때 김희옥 비대위원장과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으니까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고, 또 오정근 비대위원은 유승민 의원 비토하는 멘트를 여러 번 날렸으니까 반대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3표 빠지고 나머지 찬성표가 6표(확실한 찬성표 4표는 권성동 정진석 이학재 김영우) 나왔으니까, 미개표로 찬성인지 반대인지 확인 안되는 비대위원은 2명인 셈입니다.


만약 모두 개표했다면 지금 혁신비대위의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금방 뽀롱났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확인 안되는 나머지 2명은 과연 찬성인지 반대였는지가 매우 궁금한데, 본 기자의 感으로 봤을때 미개표한 2표 역시 찬성표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표결에 참가한 비대위원들에게서 찬성반대 표결에 대한 심적 갈등이 엿보이지 않고, 또 6표만 나오면 '거기서 스톱'이라고 미리 합의했다는 점에서 볼때 그러합니다.


11명이 친박 비박 스탠스로 투표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이고 , '소신에 의한 자유투표'였느냐 '미리 찬성하기로 비밀리에 합의를 본 상태에서 투표'한 것이냐가 아사무사한 데, 본 기자의 감으로는 후자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모종의 합의'하에 그런 표결결과가 나온 것이라면, 그 합의는 '비대위 내부에서만의 합의'인지, 아니면 '비대위 외부에 있는 친박 비박 수뇌부들간에도 있는 합의'인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나온 스토리를 잘 엮어보면 이러합니다. '탈당의원 일괄복당 허가'는 피할 수 없는 결정이고 그렇게 되면 박대통령의 체면과 리더십에 적지않은 타격이 있게 됩니다. 그러니 할 수없이 사안은 일괄복당 찬성으로 끌고 가되, 박대통령의 체면과 리더십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모양 만들기'로 추측됩니다.


그런 모양으로 만들려면 균형점이 필요합니다. 즉, 비대위 내부에서는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체면과 리더십을 살려주고 또 비내위 외부에 있는 박대통령의 체면과 리더십을 살려주는 모양으로 만들려면, 천상 친박계 강경파가 와와대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노기에 찬 태도로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정진적 원내대표등은 읍소와 예우로 받들기의 모습을 연출해야 합니다.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와 모양새가 그런 식으로 나왔는 데, 이쯤되면 서로 원하던 결과대로 나온 셈입니다. 복당문제는 일단락되고, 또 그런 결과로 인해 다른 한쪽의 체면과 리더십이 구겨지는 것도 어느 정도 커버하고 했으니 말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김희옥 비대위원장도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게다가 청와대측에서는 노 코멘트이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이번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친박 초재선 충성파들은 와와대다가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니까 차츰 수그러드는 모양새입니다.


오후에 국회에 잠깐 나갔다가, 취재차 지상욱 대변인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회동결과가 어떠했냐"는 질문에, 지상욱 대변인은 "김 비대위원장께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김 비대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는 것이냐" 질문에, 지 대변인은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본 기자가 재차 질문하기를 "(지상욱 대변인께서는) 옆에서 직접 지켜봤으니 분위기상으로 알 것 같은 데, 김 비대위원장이 복귀할 것 같으냐" 물었더니, 지상욱 대변인은 " (김희옥 비대위원장께서) 복귀할지 안 할지는 정확히 반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다음 주에 비대위 회의는 열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친박 강경파 의원 몇몇에게도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전화를 받지않고 그 대신 "문자로 질문을 받겠다"고 하길래, "계속 문제제기와 사과요구를 할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회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예상한 대로 입니다.


결과로 봤을 때 굳이 친박 비박을 나누어서 보면 비박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골치아픈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탈당의원 일괄복당문제는 정치명분상으로 봤을 때 그나마 이렇게라도 모양 나오게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친박 강경파들이 계속 와와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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