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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1-22 08: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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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회에서는 여와 야 그리고 여와 국회의장간에 국회선진화법 개정문제로 강하게 대치중이다. 새누리당 김무성대표는 국회선진화법으로인해 식물국회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하고, 본 법을 악법중에 악법이라고 규정하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 제정할 당시 본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표한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의장은 여당 단독국회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선진화법 개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룰’을 바꾸는 것으로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며, 67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회운영절차에 관한 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 처리한 적이 없었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정의장은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21일 오후 2시에 열린 국회의장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재 선진화법 위헌 소지의 가장 큰 부분은 의회민주주의 부분 과반수의 룰을 어긴 것이고, 직권상정 엄격히 제한한 부분은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현행 국회법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60% 이상 요구에서 과반 요구로 완화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제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직권상정 요건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직권상정 요건을 반드시 개정하려고 하는 이유는 지금의 국회법 구조 아래서 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상임위에서 논의가 시작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이뤄지기까지 330일(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이 소요되어 입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사태를 바라보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시각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정의화 의장은 법률가출신이 아니라서 리갈 마인드(legal mind)가 다소 부족하다.

얼마전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그 사건은 너무나 유명한데다가, 시사고발프로에서 그에 대하여 상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그사건에대해 잘 알고 있다. 검사의 실수로 구속연장신청을 하지 않은 바람에 유력한 살인용의자가 본국으로 돌아가기위해 출국하였고, 미국으로 도망간 그를 공소시효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한미수사공조로 체포한 사건이다.

출입국관리국 직원은 신청자의 출국요건이 충족되면 출국허가를 내줘야 한다. 즉, 신청자의 신청에 하자가 없고 그에 관한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면 허가해줘야 하는 것이다. 출입국관리 직원은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검사의 실수나 불찰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출입국관리 직원이 신청자의 범죄적 경제적 상황까지 모조리 다 살핀 연후에 출국허가를 내주겠다고 나온다면, 그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그리하여 이태원살인사건의 용의자도 미국행 항공기를 타고 출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 관한 국민적 비난은 출입국관리 직원에게 돌아가지 않고, 실수 또는 불찰로 구속연장신청을 하지 않은 검사에게 돌아간다. 출입국관리 직원의 권한과 의무는 출입국에 관한 절차적 요건을 살피는 데 있지, 그 신청자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나 개인적 사항들을 속속들이 다 심사하는 것까지 확대되지 않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잘못된 법을 고치려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잘못`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의화 국회의장 개인의 주관적 판단일 뿐이고, 그런 주관적 견해에 터잡아 새누리당에서 밀어부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입법과정의 진행을 저지시킬 수 있는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위에서 예로 든 출입국 관리직원이 "검사의 실수로 구속영장연장신청이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므로 출국허가를 내주지 못하겠다"는 말과 같다. 그렇게 `자신의 소관사항도 아닌 사항까지 판단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출입국 관리직원의 권한을 넘는 행위인 것이다.

재판에는 형식재판과 실체재판이 있다. 각하와 기각은 다른 것이다. 각하는 소송요건을 충족하지 않아서 재판부의 본안판단도 받아보지 못하고 퇴짜맞는 것이고, 기각은 소송요건을 충족하여 본안판단까지 받아봤지만, 이유없음으로 패소판결을 받는 것을 말한다. 본안재판까지 가봐야 기각될 가능성이 크므로 처음부터 각하시키겠다는 논리도 월권행위에 속한다.

입법권자들의 입법행위들이 그 형식적 요건(법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진행과정의 흐름에 맡겨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국회의장의 개인적 신념이나 소견으로 그 입법진행과정의 흐름을 저지시키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인 것이다.

`입법의 실체(내용물)를 만들어가는 것`은 플레이어(입법권자)들의 몫이지 국회의장의 몫이 아니다.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 뿐만 아니라 직권상적 요건도 함께 개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의사에 달려있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규정되어진 절차적 요건을 충족했느냐만 살피면 되는 것이지 그 외에 `입법이 갖는 의미 또는 입법의 내용`까지 다 관여하겠다고 나온다면 그것은 명백히 권한을 넘는 행위인 것이다.

정의화 의장이 "67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회운영절차에 관한 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 처리한 적이 없었고 그런 의회 전통이나 의회 문화적 풍토를 정착시키겠다"는 정신은 매우 높이 살만하다. 그런데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과연 그런 아름다운 의회 전통이나 의회 문화적 풍토를 깨뜨리는 사례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정상적인 의회에서의 입법활동에는 적극적 찬성, 묵시적 찬성, 소극적 반대, 적극적 반대, 무의견, 실수나 불찰등을 모두 포함한다. 새누리당이 법적 우회로를 찾아내어 그것으로 개정안을 추진하고, 그것에 대하여 야당이 `위에 열거한 어떤 행위에 속하는 지는 불명확하지만 그 중 하나에 속하는 입법행위`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사태를 과연 의회 전통의 파괴 내지는 의회 문화적 풍토의 와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법테두리에서 벌어지는 정상적인 의회의 모습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은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부결까지 와 있다. 그 이후로는 다음과 같이 2가지 시나리오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정의화 의장이 상정해줄 지가 불투명하고,두 번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첫번째 시나리오>
11일 권성동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발의 --> 18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부결 (현재) ---> 본회의 개의(의장) ---> 선진화법 폐기심사보고(의사국장) ---> 30인 이상 본회의 부의 요청(87조, 새누리당) --->선진화법 개정안 상정 (의장) ---> 개정안 표결처리(과반출석 과반찬성으로 통과)

<두번째 시나리오>
11일 권성동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발의 --> 18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부결 (현재) ---> 본회의 개의(의장) ---> 선진화법 폐기심사보고(의사국장) ---> 30인 이상 본회의 부의 요청(87조, 새누리당) ---> 20인 이상 연서로 의사일정변경 요청 (77조, 새누리당) ---> 의사일정 변경여부에 대한 표결처리(과반출석에 과반찬성으로 통과) ---> 선진화법 개정안 상정(의장) ---> 개정안 표결처리(과반출석에 과반찬성으로 통과)

두번째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회법 77조에 따르면 `20인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표결을 통한 의사일정 변경`이 가능하다.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변경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장이 상정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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