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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2-11 1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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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화악산(해발 931,5미터)


조화이다.
조용함이 만들었다.
평화이다.
다투지 않고 있음이다.
종일 설쳐대고서 곤하여 깨워도 다시 잠드는 어린애 같다.
세사를 초탈하여 시비를 걸어도 태연한 어른 같다.
화악산이 어린애처럼 깊이 수면하고 있다.
화악산이 어른처럼 점잖게 묵상하고 있다.


차가움이다.
코끝이 찡하다.
코끝을 찡하게 하는 차가움이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것은 차가움만이 아니다.
감동을 주는 인간의 마음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사람이 주는 감동이 그리운 것이다.
사람이 주는 감동이 오래 가는 것이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한다.
차가움과 온화함이 교차한다.
어둠 끝나는 곳에 밝음이 올 것이다.
차가움이 끝나는 곳에 따사함이 올 것이다.
겨울 끝나는 곳에 봄이 당도할 것이다.
인적이 끝나는 곳에 산이 깊은 것이다.
산이 인간에 가깝다면 그 가파름으로 범접을 제어한다.
화악산이 그 초입부터 가파르다.
화악산의 초입에서 산의 감동을 떠올린다.


배가 출항한다.
배는 자신의 몸체를 흔들어 균형을 잡는다.
새벽녘에 빈 배가 출항한다.
해질녘의 만선의 귀항을 믿기 때문이다.
균형은 흔들림의 끝남인 것이다.
팔을 벌려 품을 만든다.
균형을 잡고서 펼치는 품이 제일 큰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을 다 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품이 그러할 것이다.
화악산 접어들며 어머니의 품을 연상한다.
화악산 접어들며 세상의 포용을 떠올린다.


경계가 선명하다.
산 밖에는 활발한 봄의 태동이다.
산 접어들자 미동도 않는 겨울의 부동이다.
관념의 이분법이 작용된다.
산 밖은 다 보이는 아스라한 전경이다.
산 접어들자 다 감춘 숨어있는 비경이다.


돌들이 무성하다.
돌들이 말한다.
오르는 길이 가파름을,
바위가 우뚝하다.
바위가 보여준다.
오르는 길이 장도임을,


평바위에 앉는다.
산의 중심에 선다.
바위가 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산의 모든 기운이 그 바위를 향하고 있다.
바위는 사무침의 파장을 만든다.
절정의 정기를 누린다.
바위에 햇살이 내린다.
봄날 같다.
햇살의 따사로움이 벽난로 같다.
저으기 정상을 올려다본다.


창공이 아련하다.
능선의 소나무가 푸르디 푸르다.
바위에 햇살이 내린다.
소나무가 바위를 감싼다.
바위가 호강에 겹다.
산의 가파름을 지키는 데 보내는 갈채 같다.


신간을 견인한다.
시간은 봄에 손살 같다.
작용하여 작동해야 하는 것들 때문이다.
차가움 앞에서는 갈망이 더 크기 때문이다.
피워내어야 하는 싹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의 반대에 선 산이다.
산은 봄에 더 깊이 수면한다.
깨어나기 위하여 더 움츠리는 동면 같다.
기지개를 켜기 위하여 힘을 모은다.


걸음이 그저 힘겹다.
가파름을 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이 봄의 시간으로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물은 시간에 조응하느라 바쁜데,
큰 산은 숨바꼭질처럼 조용하다.
깨어 있으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하느라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산의 화답을 들을 수가 없다.
톡톡 산을 건드려도 묵묵부답이다.


비탈길에 햇살이 내린다.
햇살에 산을 깨우는 임무를 맡긴다.
인간의 견인력은 왜소하지만,
햇살의 견인력은 장대한 것이다.
햇살이 산의 고요를 깨우기 시작한다.
참꽃이 곧 개화할 기세다.
곧 화원이 되어 요원이 될 것이다.


기세에 편승한다.
주능선에 당도한다.
균형에 압도된다.
능선에서 산을 조망한다.
능선이 힘차다.
비상을 행하는 봉황의 날개 짓 같다.
어느 곳을 보아도 대칭이다.
어느 곳에서 가늠하여도 대칭이다.
능선의 균형이 만든 고요이다.
능선의 균형이 만든 평화이다.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다.
품고 있는 풍경이 더 그렇다.


산의 형세가 아름다운 것이다.
산의 심성이 더 광대한 것이다.
뛰어난 화가라면 그 형세를 수채화에 담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 하여도 그 심성은 화폭에 담지 못할 것이다.
정상에 올라 그런 풍경을 본다.
화악산의 본성이 그러하다.


산행일: 2009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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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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