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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2-16 15: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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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즈음부터인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당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나 봅니다. 문재인대표의 사퇴 후 전당대회를 열어서 당을 혁신하자는 내용이었는 데, 쉽게 말해서 `당권을 누가 잡느냐`의 싸움이라 하겠습니다. 추석 때 주류 비주류간의 내홍의 서막이 울리다가 잠시 조용하더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 판 붙은 셈입니다.

문안으로 대표되는 주류 비주류간의 당권다툼은 한 마디로 말해서 치킨게임이었습니다. 치킨게임이란 양 측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다가 핸들을 옆으로 트는 사람이 지는 게임으로 누가 겁쟁이냐 겁쟁이가 아니냐로 승부를 결정짓는 게임입니다. 치킨이 원래 의심많고 겁많은 동물이라서 거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게임은 독특한 게 양측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핸들을 틀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치나 노사협상, 국제외교, 산업 등에서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갈 때까지 가다가 파국으로 끝나는 사례를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치킨게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케이스가 여자들 간의 싸움입니다. 남자들 간의 싸움은 대개 타격기입니다.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차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자들은 가격하는 힘과 테크닉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머리 끄댕이를 움켜 쥐고 늘어집니다. 상대방의 머리 끄댕이를 서로 움켜쥔 다음에 놓지않고 버티는 대치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대치상태를 푸는 방법은 "하나 둘 셋 할때 동시에 (머리 끄댕이를) 놓는 거다"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가 상대방을 못 믿는 경우입니다. 나는 놓았는 데, 상대방이 놓지 않으면 환장하는 것이지요. 양측이 상대의 양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 없으면 파국으로 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파국으로 가면 결국 둘 다 망하게 됩니다.

양측이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고 양보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머리 끄댕이를 잡고 흔들면 결국 양쪽 모두 머리숱이 한움쿰 뽑히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위 카드사진처럼 되는 것이지요. 서로가 한움큼씩 머리카락을 뽑고 서로를 보면서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씁쓸한 웃음을 줍니다.

그 상황에서 양 측이 화가 나서 다시 또 싸우게 되면 땜빵이 한 군데 더 생기게 되는 거구요. 치킨게임은 적당히 하는 선에서 끝내는 게 좋은 데, 좌파진영의 사람들은 곤조가 상당히 강한 편이어서 같이 죽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곤조가 꺾이느니 차라리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는 정신문화가 있습니다. 핸들을 옆으로 틀어 겁쟁이가 되느니 차라리 부딪쳐 죽자이지요.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대 정당에서는 공천에 관해서는 한 사람이나 한 계파가 마음대로 전단적으로 휘두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당권을 쥐면 많이 유리할 수는 있습니다. 당권을 쥐면 허용되는 범위안에서 공천권을 유리하게 행사할 수 있고, 또 비례대표도 자기 사람으로 심을 수 있습니다. 당권의 향배는 당내의 권력구도가 바뀌는 중차대한 문제라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 문재인 안철수로 대표되는 주류 비주류의 치킨게임은 결국 `양쪽 모두 머리 땜빵 큰 거 하나씩 갖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같이 망한 케이스이지요. 만약에 안철수를 중심으로 하는 신당이 창당되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서는 정당마다 후보자를 각각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총선도 공멸이지요. 13일날 안철수의원이 탈당하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안철수는 떠나 갔습니다. 머리에 큰 땜빵을 하나 안은 채로 말입니다. 남아있는 문재인도 역시 가슴에 큰... 아니 머리에 큰 땜빵을 안고 살아가야겠지요. 14일날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면서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에 있는 경로당을 방문했습니다.

15일 아침에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새누리당 공보실로부터 국회의장과 여야대표단의 회동이 있을 거라는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장 집무실로 갔는 데, 그 때가 오전 11시로 `국회의장 주재 양당 대표,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습니다.

11시에 조금 넘어서 여당 대표단이 먼저 도착했고, 그로부터 몇 분 더 있으니까 부산에 내려갔다던 문재인 대표가 나타났습니다. 기자들의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그 사이를 헤집고 국회의장 집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뜻밖에 부산에 내려간 문재인 대표가 나타나서 나는 선거구획정 건이 잘 타결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해 보았습니다.

이번 회동에서 선거구획정 건이 가장 주된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쟁점법안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지만 야당이 여태까지 보인 태도로 보아 협조해줄 것 같지 않아서 내 나름대로의 판단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회동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예상대로 되었더군요.

선거구 획정에 관한 건은 양당의 지도부가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배배꼬아놔서 그렇지 사실 그 사안은 매우 간단한 사안입니다. 너무 너무 너무 쉬워서 똑똑한 독자여러분들은 한번만 설명을 들어도 바로 판단이 설 겁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14일 오전 문재인 대표는 어머니가 계시는 부산으로 다시 자택이 있는 양산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15일까지 이틀 간 그 곳에서 머물며 정국 구상을 할 생각이었답니다.

12월 어느날 甲은 가족들을 모두 차에 태우고 대관령 높은 곳에 새로 개장한 스키장에 갑니다. 추운 겨울 날 눈 길을 달려 밤 11시쯤 되서야 산 꼭대기에 있는 외딴 호스텔에 도착합니다. 그 호스텔은 스키장에 붙어 있는 숙박업소인 데, 스키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호스텔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드사진을 스키장비를 잔뜩 싣고 겨울 잠바를 입은 가족들이 차 타고 가는 걸로 하려고 했는 데,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대충 이걸로 합니다)

甲이 호스텔에 도착해서 호스텔 프론터에 갔더니 호스텔 지배인인 乙이 바로 나와 인사를 합니다. "저희 호스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지배인을 비롯한 직원들이 그리 썩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진 않군요. 지배인 乙은 손님인 甲에게 숙박 계약서를 내밉니다.

甲이 그것을 읽어보니 계약서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룻 밤 자려고 온 것이니까 숙박 서비스 상품(룸 대여)은 원하던 바인 데, 그것외에 전혀 원치 않는 스키장비 대여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甲은 가족들이 쓸 스키장비들을 차에다가 잔뜩 싣고 왔는 데 말입니다. 甲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스키장비가 아직도 쓸 만한 건데, 호스텔에서 빌려서 탈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것으로 인해 양측은 설전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호스텔측인 乙은 `A상품(숙박서비스) + B 상품(스키장비대여서비스)를 모두 구매해야 이 곳에서 숙박할 수 있다고 요구하고, 甲은 원치 않는 상품( B상품)은 구매할 수는 없고 원하는 상품(A상품)만 구매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乙은 "그렇게는 안된다"고 버티고, 甲 역시 "왜 안돼냐"고 소리를 칩니다.

사실 乙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乙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甲의 가족이 호스텔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고, 가까운 곳에 다른 숙박업소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B상품도 구매할 수 밖에 없다고 머릿속으로 계산한 것이지요. 화가 난 甲의 가족이 이 호스텔에 묵지 않고 가려면 한밤중에 2 시간 정도 운전해서 다른 숙박업소로 이동해야 하는 데, 마침 그 날 일기예보에서 폭설이 쏟아질 거라 했습니다.

乙은 "A상품과 B상품을 모두 구매하지 않으려면 그냥 가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러자 甲은 화가 나서 싸우다가 전화를 겁니다. 전화를 건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丙은 乙에게 원치않는 상품을 강매시키지 말라고 종용하였고, 乙은 우리도 손님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므로 甲의 가족을 받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립니다. 甲은 乙에게 약관법에 써 있는 `악천후일때에는 손님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이댑니다. 즉, A 상품만 구매하고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양 측은 `지금 시각에는 눈이 내리지 않지만 곧 폭설이 내릴 것이 명백한 일기상황을 악천후라고 볼 수 있느냐`의 법해석의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심야인데다가 곧 폭설이 내릴 것이 명백한 데 甲의 가족들이 다른 숙박업소를 찾아 떠나게 하는 것은 乙의 횡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양측은 고집을 부리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치킨게임입니다. 甲측으로서는 어떡해서든 계약하지 않으면 한 밤중에 숙박업소를 찾아 헤매는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되고, 乙측도 소비자피해사례로 남게되기 때문입니다.

甲과 乙의 원만한 합의를 기다리고 있던 丙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결국 `갑이 을의 호스텔에 머물도록 하는 행정명령(A상품 계약체결)`을 발동합니다.

이제 갑과 을이 해야 할 일은 A상품에 해당하는 사항만 합의를 보면 됩니다. 방을 온돌방으로 할 것인지 침대방으로 할 것인지, 큰 방으로 할 것인지 작은 방으로 할 것이지, 어느 쪽 풍경이 보이는 방으로 할 것인지 하는 것 말입니다. B상품에 대한 스키장비 얘기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선거구 획정 件도 위의 케이스와 똑같습니다. 여야는 지금 선거구 획정으로 인해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거구 획정문제도 두가지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 위헌으로 판결난 부분을 고치는 것(A상품)`+ `선거결과에 따른 의석수를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의 선거제도(B상품)`로 말입니다.

`공직선거법에서 위헌으로 판결난 부분을 고치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므로 반론이 있을 수가 없지요. 문제는 `선거결과에 따른 의석수를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의 선거제도`를 같이 끼워팔기하려는 새정련의 정치적 속셈에 있습니다. 새누리당 측은 B상품은 구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새정치연합은 B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려면 A상품도 기대하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이와같이 `여야의 선거구획정 치킨게임`은 `甲과 호스텔 乙의 치킨게임`은 정확히 똑같은 케이스입니다.

A상품은 양측에서 판매하고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바로 합의를 보면 됩니다. B상품은 한쪽은 원하고 다른 한쪽은 원치 않으니, 나중에 합의해도 됩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B상품은 원치 않는 상품이고 당장 해야 할 것도 아닙니다. `선거결과의 의석배분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B상품)`는 여야가 각각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서 유불리를 따져 결정해야 할 사안이므로, 쉽게 합의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야 둘중 하나가 원치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고, 그렇게 결렬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야는 A상품에 대해서만 합의를 보면 되는 데, 위헌판결을 받은 인구 편차 3:1 선거구를 인구편차 2:1로 선거구로 재조정하는 것만 함께 논의하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B상품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선거결과에 따른 의석수 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독일식으로 하든 일본식으로 하든 그것은 여야 모두가 원할 때에 하면 됩니다.

정개특위가동 최종기한인 15일까지 여야는 치킨게임을 벌이며 끝까지 대치상태이므로, 국회의장이 그 동안 말해왔던 직권상정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나아갈려면 국회법 85조의 직권상정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직권상정을 할 수 있으려면 1. 천재지변의 경우 2.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3.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여야 합니다. 따라서 `과연 지금의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느냐`의 법해석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케이스인 `악천후이냐`의 법해석의 문제와 동일합니다. 국가비상사태를 지금의 비상사태 뿐만 아니라 곧 닥쳐올 것이 명백한 (입법 또는 국회) 비상사태까지도 포함하는 것인지가 문제되는 데,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모르겠으나 현재상황으로서는 넓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그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주류(문재인대표)와 비주류(이종걸원내대표)는 당내 내홍이 일어나 14일날 치킨게임을 해서 같이 망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 이렇게 입은 손해를 벌충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15일까지 부산에 머무르기로 했다던 문재인 대표가 갑자기 서울로 올라와 15일 여야 대표단 회동에 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그동안 서로 싸워서 손해본 것을 벌충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누리당의 것(의석)을 빼앗아 오는 것 뿐이야" 하는 것입니다.

안철수의원은 탈당하였고, 당내에는 주류와 잔류하고 있는 비주류간의 다툼은 여전하므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의석수가 크게 줄 것이 예상됩니다. 야당 지도부들은 그것을 이번에 선거구획정 건으로 크게 벌충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하려는 그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당내 치킨게임에서는 둘 다 망했지만, 새누리당과 벌이는 치킨게임에서 성공하기만하면 상당부분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지요. 이것이 바로 A상품에다가 B상품을 끼워팔려는 새정치연합의 속내입니다. `B상품을 안 사주려면 A상품도 기대하지 마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야 합의는 불가능합니다. 정개특위 가동 최종기한도 끝나 해체된 상태입니다. 또한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 등록 기간도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에 대해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므로 선거구획정 건은 직권상정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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