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패랭이 꽃
구담(龜潭) 정 기 보
옛날에도 그랬지요 초야의 잡초속에서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는 패랭이 꽃
세월따라 하염없이 피고 지는 패랭이꽃에는
한 민족의 애환이 서린 정기가 있었습니다.
서구에서는 인간구원의 사자라고 카네이션으로 칭송했지요
들판에 가득매운 패랭이 꽃
곱게 한다발 부모님 가슴에 달고 보은의 정성이 되었습니다.
패랭이꽃을 보면 옛날생 각이 나지요.
패랭이꽃을 보면 염려스러운 미래가 보이지요.
온 세상이 부귀영화를 누리더라도 개의치 않는
온정의 꽃이 되어 인생길을 열었다..
앞뜰에도 뒤뜰에도 밭둑 길 들길 숲에도
잡초 속에서 간직한 유서 깊은 꽃
고려시대 혼란한 난세에서 정 습 명 시인님의 패랭이 꽃은
초야에 묻힌 야인의 불세출이요 문장가였습니다.
랭이 꽃은 피었습니다.
지금은 민족이 흩어진 설움을 안고
지금은 빈부가 얽히고 설키고
지금은 치열한 초고속 정보화 대립 속에서
패랭이꽃 향기는 그래도 그윽합니다.
초야의 숲을 헤집고 일어난 애국의 불세출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풀뿌리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패랭이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