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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9-01-30 1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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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파계재-한티재)

백설의 부피를 가늠하여 본다.
팔공산의 헤아림을 가늠하여 본다.
차가움의 무게를 가늠하여 본다.
나무가 그 삼각점의 중심에 있다.
올 겨울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 한다.
사람들은 체감을 근거로 날씨가 차갑다 한다.
마음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화하다 한다.

파계사,
서로가 달려온 길이 다르듯이
서로가 달려온 마음이 다를 것이다.
지금 산행의 목전에서의 마음은 하나다.
치장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산행가는 날에는,
겉옷 하나 걸치고 신발끈 조여 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산정으로 성큼성큼 발걸음 옮기는 날에는,
그 터넓은 공간에 그리움처럼 온정이 넘친다.

한티재,
능선이 좋은 것이다.
산의 양면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지의 가파른 경사덕에 한꺼번에 더 많은 풍경을 본다.
아직 눈이 원래의 원형을 유지한 채 소복 쌓여 있다.
양지의 완만한 경사를 이용한 난개발을 본다.
그래서 풍경은 기운을 잃고 상술만이 삭막하게 허세를 펼친다.

능선길,
눈이 쌓인 곳에는 지상이 아름답다.
눈높이로 바라다 보아도 백설의 풍경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쌓인 곳에는 하늘이 드높다.
눈을 들어 올려다 보노라면 속좁은 심사까지도 쏴아하게 맑아지기 때문이다.
잔설이 터 높은 능선길을 덮고 있다.
잔설은 미끄러지지 않는 걸음을 명령하는 듯 하얗게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언덕 하나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틈새조차도 허용치 않고 산을 덮고 있는 소나무가 푸르다.
푸르른 소나무가 겸손하다.
잎새를 더 떨군 활엽수가 차가운 겨울을 견디느라 이리저리 움직으로 바쁘다.
나목의 활엽수 나무들만이 바람결을 좇아 미동하고 있다.
한티재에서 파계재로 넘는 길에 묵묵한 것은 소나무뿐이다.

기개가 넘친다.
산능선의 개활지에 넓게 대열을 펼친다.
산의 기운이라 해도 좋다.
산행을 감행하는 자의 맑은 기운이라 하여도 좋다.
좋음이 만나서 이리도 넉넉한 것이다.
산의 기개가 겨울산을 호령하고 있다.
그리하여 매서운 바람조차도 산에서는 온화한 것이다.
모름지기 산의 기운이란 정겨움이 되는 것이다.

파계재에는 소통이 있다.
하산의 길이 있고,
상산의 길이 있고,
다 비우고서 마음이 맑으면 하늘의 길도 열린다.
파계재에서 세 갈래의 소통이 나래를 펼친다.
첫 갈래인 서봉을 향한 힘찬 걸음이 서둘러 떠난다.
어느 곳이 흔적인지 알길이 없다.
둘째 갈래인 제2설굴암방향으로 향하는 합심하는 마음이 오손도손하다.
오랜 정감을 데우는 화롯불처럼 다정하다.
셋째 갈래인 파계사를 향하는 군중의 언어들이 넉넉하다.
한발을 옮기기도 전에 걸터앉는 편안함으로 마실 것을 나눈다.

또 눈이 내릴 것이다.
소통은 바람처럼 공허한 것이 아니라 눈처럼 쌓여가는 것이다.
하얀 백설이 쌓일 것이다.
소통이 하얀 백설을 닮았다.
지나온 걸음의 발자국이 쌓인 눈때문에 그렇게 흔적을 잃는다.
소통은 아래로 쌓여서 묵직한 것이다.
보이는 것으로서의 남기는 것의 시간은 짧고
안보이는 것으로서의 지우는 것의 시간은 영원한 것이다.
인생이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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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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