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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16 14: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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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후반에 인터넷시대가 열린 후, 인터넷상에서의 특기할만한 사실 중에 하나는 과거와는 달리 `미모를 찬양하는 콘텐츠`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영상매체와 대중문화가 현대인의 삶에 중심부를 차지하게 되어 그 영향력이 막대해짐으로써 외모에 대한 전통적인 의식에 있어서의 변화가 생기게 되긴 것이 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몇달 전에 라디오를 듣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라디오에 나온 사람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끝에 덧붙일 멘트가 `` 외모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워야죠. 풉~!`` 이었다. 그것은 흔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할때 관례적으로 쓰는 멘트로서, 우리가 자주 들어본 것들이다. 그런데 그 話者는 방송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멘트 끝에 터진 헛웃음으로 자신의 실제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할 때 흔히 쓰이던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말`들은 , 이제는 너무나 상투적이고 더 나아가 조롱거리가 되는 지경에 까지 온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어느샌가 부터 미모를 찬양하는 사람은 솔직한 사람이고, 미모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내면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은 가식적인 사람인 것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로 바뀌어진 것 같다.

`잘생긴 외모`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하고, 또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연구보고서들은 국내외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이 맞느냐 틀리냐는 별론으로하고 ,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국 인터넷싸이트에서는 외모에 대한 찬양을 내용으로 하는 기사나 콘텐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때 `외모에 대한 찬양`기사와 콘텐츠가 범람하는 수준인데다가 외모에 집착하는 정도가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

과거의 전통적인 인식에서는 `명예`와 `인기`는 구별된다. 명예는 객관적이고 존경받는 것이며 영속적인 반면, 인기는 주관적이고 개인선호도에 따라 달라지고 한때의 바람과 같은 것이라고 배웠다. 명예라는 덕목을 상위에 두고 인기라는 덕목을 하위에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말한 라디오의 話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명예는 `내면`과 관계된다. 여기에서 내면이라는 것은 인품과 지혜를 뜻하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면 인기는 외모와 관계된다. 여기에서 외모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다. . 前者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것을 높이기 위해 힘쏟아야 할 인생의 본질에 해당하는 반면, 後者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인생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소설 어린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진실로 가치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라는 대사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내면`에 해당한다. 인품, 인류애, 우정, 사랑하는 마음, 지식, 지혜, 양보심 등등을 일컫는다. 덜 가치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말하자면 `미모`를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낮은 가치`가 윗자리를 차지하고 찬양받으며 , `높은 가치`는 풉~!하며 조롱받는 가치로 顚倒된 것이다.

과거에는 하위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상위의 가치를 폄하하면 매우 `賤한 인간`으로 취급받았다.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고 탄성을 지르거나 여성의 나체를 즐겨보는 인간들을 상놈취급하고 格이 낮은 인간으로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품격있는 사교모임이나 지적인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면 저질취급을 받는다. 연예인을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찬양하면 양식없는 인간으로 낙인 찍히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자식이 연예인이 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격식을 차리는 계층에서도, 예쁜 여자라면 침을 질질 흘리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식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오늘날에 와서도 그런 의식은 남아있다. 하위 가치( 외모)에 대하여 지나치게 빠져있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하는 행위는 요즘의 시대에 와서도 사람들로하여금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이다. 그런 행위를 하는 당사자는 잘 몰라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놈은 상놈`이라는 인상부터 든다. 사회적이고 가치평가적인 덕목에 대하여 우리가 그동안 학습한 바와 달리, 그것이 전도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사람들은 불쾌한 인상을 받게된다.

아베총리의 부인이 한국 연예인 광팬이라는 소리도 그의 품격을 자기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베총리부인이 어떤 외교전략적인 고려 때문일지는 모르겠으나, 연예인 광팬임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것은 낮은 가치(외모)를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남자든 여자든 낮은 가치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에 대하여서 세상사람들은 그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평가해주지 않는 것이다.

오늘 날의 외모지상주의는 영상매체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영상매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tv이고, 대표적인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드라마가 1순위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연령대 모두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 중에서 특히나 외모지상주의적 마인드가 가장 강고한 세대를 꼽으라면 15세부터 25세를 들 수 있다.

성별로는 그 나이대에서는 남녀 별 차이 없으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들은 외모지상주의가 상당히 많이 엷어짐에 반해, 남성들은 조금씩 엷어진다. 보통 남녀 모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외모지상주의적인 마인드는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것은 인간의 생리적인 호르몬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 한 개인이 학습화, 사회화되어가면서 의식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서 기존의 생각들이 차츰 변화하게 된다. 얼마 전에 `친구 2`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필자는 ` 친구 1`을 tv에서 방송해주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 그 영화 제작사는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홍보용으로 보여주었다. 그때 기억나는 것이 `` 너무 멋져요`` ``정말 사나이들의 찐한 우정을 느꼈어요`` 대충 이와 비슷하였다. 또한 영화광고포스터에도 `친구랑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천하무적으로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하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그와는 영 딴판이었는 데, 친구가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었다. 우정이니 의리니, 진짜사나이니 하는 것은 별로 와닿지 않았다. 영화가 그러함에도 관객중에서 상당수는 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엄청나게 극찬하고 감동받았을까

느와르 영화에서 갱으로 나오는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갖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비주얼에 의한 것이다. 비주얼은 외모, 행동거지, 스타일을 말한다. 영화속 주인공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한 없이 잔인할지라도 , 관객중 정신나간 일부의 관객들은 그 캐릭터가 갖는 본질적인면 보다 주로 비주얼에 집착한다.

성냥을 켜서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 중절모를 쓰고 바바리코트에 손을 찔러넣고 거리를 천천히 걷는 모습, 바람을 마주하여 머리카락을 날리는 모습, 군더더기없이 한 칼에 상대를 죽이는 모습등등이 있다. 비주얼에 대한 감흥과 감동을 빼면 , 갱스터 주인공에 대한 환상에 가까운 찬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친구 영화가 나왔을 때,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 그런 이유때문이다. 그 영화 감독이 과연 조직폭력을 미화할 목적이엇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 홍보영상에 의하면 그 영화를 보고 나오는 상당수의 관객들이 그것을 보고 조폭을 흠모하거나 찬양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본질의 가치와 비주얼의 가치가 역전되면,생각이 있고 양식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은 우리가 배운 덕목의 가치와 사회적 건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높은 가치(내면)`와 `낮은 가치(미모)`의 차이가 있다. 그것이 전도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월드뉴스 최성진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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