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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7-29 2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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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 몽골

신은 어이하여

몽골에 초원을 주었는가?

동이 터오른다.

엄중한 시간에 몽골의 초원위에 섰다.

몽골의 초원에 서면

볼 수 있음이 보지 못함과 같다.

보아서 눈에 담을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어서 눈에 담을 수 없는 것을 분간키 어렵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는 이편과 저편의 구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원은 깜깜한 어둠 같다.

칠흑 어둠속에서 천지분간이 어렵 듯,

초록 초원위에서는 보임과 보이지 않음을 경계 짓지 못한다.

경계 없음이 원융무애이다.

태초는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천지창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초는 초원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어야 천지개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초원위에 서면

하늘이 없다.

이미 하늘속에 당도하여 있기 때문이다.

초원위에 서면

땅도 없다.

땅은 이미 하늘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초원위에 서면

사람도 없다.

인간은 한갓 피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초원에서는

하늘도 땅도 사람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아웅다웅 다툼이 일상인 인간이

천지인 합일의 몽골 초원에서는 하늘과 땅의 격조로 승격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몽골의 초원을 밟아보지 못한 자 세상을 이야기 하지 말지어다.

몽골의 초원에 서면

인간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가둠에 불과한 것임을,

더는 가지 못할 뿐인 것이지,

그 끝간데 없이 펼쳐진 몽골의 대초원을 밟아본 자만이 세상을 본 것이다.

세상을 보았으니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음이다.

거북바위이다.

태초에는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땅인지 알 수 없는 혼돈이었다.

여기가 바다였음을,

알을 낳으려 거북이 자리를 잡자 땅이 되었다.

태초의 시간이 여기 몽골에서 시작하였을 증거하는 거북바위이다.

흙먼지가 휘날리는 거북바위이다.

너무나 숙연하여 정신이 혼미하여 진다.

태초의 시간속에서는 인간이 그러하였을 것이다.

거북바위가 걸음을 떼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로 번창하여 융성할지이다.

몽골의 시대가 그렇게 올 것이다.

카라호름(Kara Holm)

징기스칸의 수도이다.

세상을 호령하던 인걸인 간 데 없고,

시간만 켜켜이 쌓아올린 사원이 고스란하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웅대했던 그 시간의 정신은 그곳에 있을지어다.

그리하여 형체는 허물어졌어도 사원이 고스란한 것이다.

그러하니 발을 들여 놓기만 하면,

그러하니 마음에 담기만 하면,

위로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까닭을 알 수도 없지만

카라호름에 인파가 몰리고 몰리는 것이다.

카라호름 사원에 한번 오는 것이 몽골인의 일생의 소망이다.

지친 인생은 그곳에서 치유받는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였던 징기스칸이 그곳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죽어 징기스칸이

먼 곳 잘 볼 수 있게 하려고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나(징기스칸)를 위함이 아니다.

먼 곳에서 길 잃지 말고 잘 찾아오라고 그런 것이다.

남(방문자)을 위함인 것이다.

징기스칸의 청동동상(250톤)이 웅장하게 솟았다.

동상의 웅장함은 어쩌면 징기스칸의 뜻이 아니었을 것이다.

곡해한 후세대들의 내보이고 싶어 저지른 불찰이었을 것이다.

곡해덕에 불찰덕에 징기스칸의 동상앞에 위압당한다.

시간을 잊었다.

찌푸린 미간을 때린 찬바람이 있어 새벽임을 감지한다.

잠들지 못하고서,

새벽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이 총총하다.

철저한 혼자이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혼자가 되기는 처음이다.

이별하고서,

고독한 혼자가 된다.

실패하고서,

슬픈 혼자가 된다.

인생사의 일이다.

초원에 서서 새벽하늘의 별을 품은 이 순간의 혼자는 그 차원이 다르다.

지상에 머무는 인간의 일들로서 혼자가 아니라

천상에 머무는 맑은 영혼으로서 혼자가 된 것이다.

진정 혼자가 되고 싶다면

진정 맑은 영혼을 누리고 싶다면,

몽골의 초원에서 새벽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라.

그 많은 별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가 머리위에 내려앉은 것일까.

머리위에서 폭우처럼 ?아져 내리는 별이다.

황홀함에 넋을 잃었다.

정신을 온전히 가누지 못한다.

나는 이미 세상에 없어지고 만다.

인간이니 차마 언어로서 아무것도 형언하지 못한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그 맑음을 다 표현할 방도가 있었을 것이다.

영혼조차도 흡입하는 그 순간의 광경이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온 별들이 나에게 선물하여 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나 보다.

무아지경이 되었다.

초원에 난 한 줄기의 강물이다.

그곳에 시간이 멎었다.

말은 물에 발을 담구어 시간과 소식을 얻는다.

물살을 느끼고서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광풍과 함께 비가 내린다.

몰아치는 비를 기다린 말과 양떼이다.

폭풍우를 피하지 않은 말과 양들이다.

비를 맞으면서 즐거운 목욕을 하는 것이다.

명절맞이처럼 목욕을 하고서 게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히잉하면서 말을 거는 것이다.

광풍은 몰아쳐

하늘과 초원을 맑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폭우는 내리쳐

말과 양떼를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다.

하늘이 몽골에 초원을 준 까닭은,

초원에 선 인간에게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하늘에 닿은 초원이니

초원을 매개로 하여서 인간이 곧바로 하늘에 닿는 것이다.

낮추어 겸손하여야 할 인간이

일어서서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곳이 몽골의 초원인 것이다.

초원에서는 일어서서도 겸허할 수 있다.

이미 하늘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일생일대에 한번은 누려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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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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