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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8-12-14 12: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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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투스(Imitos)산(그리스 아테네, 해발 약 1600미터)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뜨겁다.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깨어난다.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펼친다.

천둥이 친다.
천지창조가 시작된다.
천둥의 기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천둥이 친다.
먹구름이 내린다.
그 기운을 받아 용이 승천한다.
아테네의 이미투스산 봉우리에 섰다.

천둥은 없다.
파르테논신전을 본다.
그 옛날 천둥의 기운을 받아 용은 승천하고,
그 용의 형상의 머리 부분에 파르테논신전이 자리하고 있다.
용의 파르테논이 아테네의 징표가 되었다.

태양을 품는다.
전설이 장엄하다.
뜨거움이 울컥한다.
태양 때문이 아니다.
이미투스산에 당도했기 때문이다.
이미투스산이 아테네를 완성했다.
이미투스산의 돌이 아테건축의 주역이다.
그 돌을 날라 아테네가 축조된 것이다.
그 돌이 오늘 아테네의 역사가 되었다.
건축에 소용되지 않고서 남겨진 돌을 밟으며 능선에 접어든다.
단단한 돌에서 철의 소리를 듣는다.

새벽에 시작한 산행이다.
용맹을 모아 진군하는 장졸이 있다.
밤이면 어떠하며,
새벽이면 어떠할 것인가.
일념의 목표가 저기 있는데,

이국의 땅이다.
이국의 하늘아래이다.
아직 여명도 없는 신새벽에,
뜨거움이 용솟음친다.
이미투스산행이 그렇게 만든다.
이미투스산에 곧 붉은 태양이 모습을 들어 낼 것이다.
인간보다도 더 뜨거운 태양일 것이다.

하얀 아침이다.
순일무잡의 원색이다.
도시전체가 흰색의 거대한 휘장을 두른다.
흰색이 연출한 기막힌 절경에 언어를 잃는다.
아침 6시에 산중턱에서 걸음 멈춘다.
거대한 자력에너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새벽땀방울을 훔치는 시원한 바람이 옷자락을 잡는 것도 아니다.

아테네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고요한 수면을 즐기고 있다.
밤을 밝히던 수은등이다.
어둠에 비례하여 더 붉게 빛난다.
밝아오는 새벽을 인지 못한 등이 예의 그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그 절정의 빛들이 산자락에 눈부시다.

약속의 땅을 본다.
약속의 시간 아침 6시에 도시전체의 수은등이 점등된다.
저마다의 사연의 색채는 간데없고,
순간 도시전체가 하얗게 변한다.
수은등 빛의 잔영을 받아서가 아니다.
빛이 종적을 감춘 자리에,
하얀 색채의 건물들이 홀연히 그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도시전체가 거대한 하얀색에 잠겼다.
소등이 만든 하얀 원색이다.
일사불란한 소등을 통하여 아테네가 소통을 시작하고 있다.
검은 감춤이 아니라 하얀 들어냄의 소통이다.
소등이 소통을 개막하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이다.
거인의 기지개같이 깨어난다.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깨어나고 있는 것은 지중해만이 아니다.
지금 깨어나고 있는 것은 천지이다.
이미투스산의 정상에 선다.

각진 돌을 밟는다.
이름 모를 나무를 헤치고 길을 낸다.
그리하여 드디어 오른 산정이다.
누구의 손가락이라고 말할 수 없다.
누가 가리키지 않았는데도 지중해를 본다.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붉음이 천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태양의 기운이 아니라 색깔의 기운이다.
붉음에 감전 되어 기운을 탕진하고 만다.
모든 생명체가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정지하고 만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영접하기 위해서이다.
태양이 그렇게 웅대하고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다.

사라지고 마는 순간이라 하여도 좋다.
이 순간에 여기 산의 정상에 서있는 것이다.
끓어오르는 마음을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다.
순간,
볼 수 있는 눈이 있음을 천지신명께 감사한다.
지중해가 검붉게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흑장미의 검붉음이라 하여도 이보다는 더 할 수 없을 것이다.

태양은 저 혼자 솟아오르고,
그 붉음은 바다에 던져 놓은 것이다.
태양의 빛이 바다에 남아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삽시간에 불길이 지중해 전체에 번지고 있다.
그 타오름에 넋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타오름으로 인하여 불타는 지중해가 되었다.
바다가 그렇게 불에 타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가 펼친다.
용은 승천하기 위하여 몸을 펼친다.
아테네의 가운데에 그 용의 형상을 본다.
파르테논신전이 그 머리이다.
뱀의 전설이 그리도 많은 까닭을 깨우친다.
그 거대한 몸체가 아테네를 휘감고 있다.
그 꼬리가 사라지는 곳이 지중해이다.
용은 그 꼬리로 지중해의 끓어오르는 기운을 받는다.

용은 그 껍질을 남긴 채,
하늘로 승천하였다.
의당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였을 것이다.
다 거두어 가기에는 아테네가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
그리하여 차마 용은 여의주를 입에 물지 못하였을 것이다.
파르테논신전 어디엔가 그 여의주가 뭍혀 있을 것이다.

그 여의주가 다시 세상에 들어나는 날,
아테네는 다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것이다.
그 여의주는 형상의 사물이 아니라 바로 무형의 정신인 것이다.
이미투스산에서 아테네의 꿈틀거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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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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