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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2-02 19: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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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이다.

곤한 잠이라 새벽이 온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뒤안(집의 뒷뜰)에 있는 닭집이다.

첫닭이 우렁차게 우는 것이다.

새벽이 닭의 울음소리를 타고서 온다.

신묘년 설이 그 새벽의 소리를 타고서 왔다.


새벽이면,

어떻게 첫닭이 우는 걸까.

어릴 적에는 그것이 늘 의문이었다.

밤새 너무 추웠던 것일까.

깜깜한 밤에는 너무 어두워서 안보이니,

잘도 견디다가 어둠이 물러가는 새벽에는 보이는 것이니 소리치는 걸까.

어릴 적에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 보다는,

닭은 엄청난 새벽기운을 받았을 것이다.

새벽의 기운이 그리도 휘황찬란한 것이다.

닭이 그 기운을 다 주체하지 못하고서,

우렁찬 함성으로 주인을 깨우는 것이다.

새벽 찬란한 기운을 고스란히 주인에게 전하여 주는 것이다.

새벽부터 주인에게 보은을 하는 것이다.


홰를 친다.

닭집의 발판에 발을 걸치고서,

파다닥 날개짓을 하는 것이다.

뒤안의 안보이는 닭집에는 꿈틀거리는 자유가 있는 것이다.

집 뒤켠의 구석진 곳이니,

더 어두울 텐데에도 새벽을 더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렇게 몸털기를 하였으니,

그렇게 함성으로 주인의 잠을 깨웠으니,

새벽부터 닭은 자신이 할일을 많이 한 것이다.


낮에는,

어슬렁 집안을 배회하는 닭이다.

어제도 종일 줏어먹었으니 먹이가 남았을 리도 없다.

그래도 양지바른 곳의 구석구석을 연신 고개를 흔들면서 수고를 하는 것이다.

먹이를 찾지 못하면,

하다 못하여 돌맹이라도 줏어 먹는 것이다.

배를 채우지 못하면 모레주머니라도 채우는 것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마루밑의 구석진 곳에 계란을 낳는다.

닭털이 뽀송하도록 바닥을 고르고서,

그곳에 쌓아놓은 계란이다.

켸켸한 먼지를 묻히면서 계란을 집어온다.

알받이 계란을 한 개는 남겨둔다.

다 가져오면 닭이 더는 그곳에 알을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면,

그곳에서 노란 병아리가 태어난다.

갈증을 채우듯 물 한모금 마시고서 아장걷는 햇병아리이다.

어미닭의 꽁무니밖에 안보이지만,

나중에 커서는 세상을 깨우는 새벽의 울음을 만드는 것이다.

생명이란 그렇게 신비한 것이고 위대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연약하다 하여서,

지금 어설프다 하여서,

지금 엉성하다 하여서,

지금 미약하다 하여서,

나중에까지도 늘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새벽이슬이 내려서,

파란 새싹을 돋게 도울 것이고,

새벽태양을 받아서,

나무들은 하늘을 향하여 자랄 것이고,

엄청난 기운이 내려서,

인간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인간의 태어남에는

이미 그런 기운이 보태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인간은 세상에 등장하여 자신의 몫의 일을 기꺼이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니 선행을 행하는 데에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타인을 위하여 행하는 데에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보탬들을 되갚아 가는 거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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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극원 취재기자 정극원 취재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대구대학교 법대 졸업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법대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전)
    한국공법학회 기획이사
    한국토지공법학회 기획이사
    유럽헌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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