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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21 08:51
[隨筆]. 저승 가는 길
글쓴이 : 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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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저승 가는 길              구담(龜潭) 정 기 보  作


인간은 태어나면서 먼저 울음부터 터졌는데 태어나자 말자 울기 시작하여 100일을 울어서 직장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교대로 돌보시다가 한 밤중에는 서서 어르시다가 졸음에 못 이겨서 떨어트려서 울음보가 더 크기도 했다고 전했다.

100일이 지나도록 울기만 하던 애기가 어느 날 갑자기 늦은 저녁이 되어서 숨이 멈추었다 한다.
흰 광목에 싸서 윗목에 두고 어찌 할 줄을 몰라 어머니께서 지난 어느 날 필자를 뵌 부른 배로 싸리 대문밖에 서 있으니까 마을 어귀를 지나시던 비구니(여승)스님께서 유심히 보시드니
“아들을 낳겠는데 옳게 살지 모르겠네”
하면서 뒷집으로 들어가시는 생각이 떠올랐다.
“참  희한 한 사람도 다 있다”
언짢게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다고 아버지께 말하니
“왜 그 말을 이제야 하느냐”
하면서 뒷집으로 가서 스님의 행적을 말하니 산 넘어 먼 곳의 절을 찾게 되었다.

어두운 밤이 되었어도 산 중턱의 불 빛 만보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스님을 찾아뵙고 필자의 운명을 아래니까 스님께서 서둘러 필자의 집으로 오셔서 가슴을 풀어 헤치시고는 염불을 하셨는데 어느 듯이 닭 울음이 들리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필자가 다시 태어나듯이 울음보가 터진 묘한 운명의 시작이었다.

필자가 넷 살이 되어서는 다른 마을로 아사를 갔는데 광산개발 지역이라서 집 주위에는 언덕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쩍 개구쟁이 시절을 그치면서 숫 차 언덕에서 낙마하여 얼굴에 흉터가 생기기도 했다.
길 바닦에는 돌부리가 많아 넘어지기도 하고 큰 발 까락은 늘 상처를 달고 있었는데 가을철 초등교 운동회 날에는 온 동내 가족이 학교운동회 행사분위기로 들떠 있고 청군 홍군 편 가름으로 머리띠를 하고 치열한 께임으로  즐 겼는데 필자는 즐거운 운동회 가는 날 발가락이 깨어진 채로 쩔뚝쩔뚝 절면서 온 가족이 나셨는데 동네사람들은 필자를 보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라 학교 안가도 결석 않 되니 집에 있지 왜 ? 거름을 절며 학교 가는야”
하며 안스러워 하기도 했다.

달리기경기에 다리를 절면서도 그 때 만은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일등상을 받았는데 우리 마을의 아희들은 상 받은 이가 없어서 필자를 보며 대단하다고 친찬을 아끼지 안았다.
지난세월을 회상해보니 필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 온 것 같다.
8. 15 해방을 맞아 집집이 태극기를 들고 나와서 “대한 독립 만세” 만세 소리로 하늘을 찔렸고
6. 25 사변을 맞아 피난사리를 격었고
4. 19 민주항쟁의 한사람으로 자유와 굶주림과 독재를 항거하기도 했다.
5. 16 군사 쿠데타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때 필자는 산업전사자로서 “이재는 우리 모두 잘살아보세” 슬로건 속에서 새마을 운동과 환경운동으로 즐거움과 영광을 받기도 했다.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서 필자에게도 산업전사자의 정년을 맞았다.

필자는 그동안 닦아온 경륜을 사업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희망찬 꿈을 실현하기로 했다.
사회여권으로 봐서 대체로 회피하는 업종이 오수정회조 사업과 청
일제 강압시대에 태어나서 소 위생 업이었는데 어려운 형편에서도 환경을 위한 부설연구소를 겸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조언을 가볍게 여겼지만 필자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LMF를 맞아 사업의 종말을 맞고 말았다.
늘그막에 남달리 모진 삶의 고통을 안은 인생사리가 필자의 인생으로 가는 길이였다.

나이 칠십 중반에 들어서 만사를 버린 채 산골 한적한 곳의 두 부부는 젊은 시절부터 생활의 활력소로 다져온 시와 수필의 산책을 연계하면서 하루하루 소일 되고 있다.
미안스러운 마음은 긴 세월동안 나 하나만을 믿고 부부로 맺어온 나의 아내에게 한평생 고생 만 시켜 준 것 같아 생각스록 가슴을 쓰리게 한다.
좁지 만 마당한편에 꽃밭을 일구고 도보로 걷기 운동을 하며 산 넘고 바다건너 먼 곳에서 새로운 소식 전해주는 자녀의 가정생활 소식을 들으며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느껴오기도 한다.
격동의 세월 다 보낸 한적한 산골의 하루는 정도 미련도 다 버리고 다음의 생을 바래는 저승 가는 길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갓 태어나면 자기일생을 훤히 들여다보고 울음을 터뜨린다는 옛 부터 전해오는 말이 귓가에 멤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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